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을 때, 우리는 젊은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나갔습니다. 총탄이 빗발치고 전우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전쟁터에서 우리는 자유가 무엇인지, 조국이 무엇인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수많은 젊은이는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품에도, 아내와 자식의 곁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이름 모를 산야에 잠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우리는 그들의 몫까지 살아왔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속에 남는 것은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 숭고한 희생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사명감입니다.
이제 우리도 아흔을 넘긴 노병들이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이 땅에서 전우들의 희생을 증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생에 마지막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해외 최대의 한인 커뮤니티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한국전 참전용사 충혼비를 세우는 일입니다.
뉴욕에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웅장한 기념물이 서 있습니다. 남가주의 오렌지카운티 풀러턴 지역에 있는 공원에도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미군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서도 한국전 기념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제 로스앤젤레스에도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후손에게 전할 충혼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조국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에게 바치는 뒤늦은 감사의 표시가 될 것이며, 그들의 희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역사적 약속이기도 합니다. 후손들이 그 앞에 서서 자유란 결코 대가 없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젊은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희 90대 참전 노병 14명은 이 뜻을 이루기 위해 각자 1500달러씩, 총 2만1000달러를 종잣돈으로 내놓았습니다. 작은 정성으로 시작한 모금 활동이지만 여러분의 관심 덕분에 시작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모금액이 3만6500달러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총 모금 목표액은 25만 달러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노병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먼저 떠난 전우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우들이여, 그대들을 잊지 않았소. 그대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조국과 자유를 우리가 기억하고, 후손들에게도 영원히 전하겠소.”
우리는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의 넋을 기리고, 그 희생이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우들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켰습니다. 이제 살아남은 우리 노병들은 마지막 힘을 다해 그들의 이름과 희생을 지키려 합니다.
동포 여러분, 이 마지막 소망에 함께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작은 정성이 모이면 충혼비는 세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후손들은 배우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누군가의 젊음이었고, 누군가의 생명이었으며,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90대 노병들이 동포사회에 드리는 마지막 부탁입니다.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기억하는 일에 여러분의 마음을 보태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