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불럭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가 3일 호주 시드니에서 기준금리를 연 4.85%로 인상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16차례나 올렸다. 금리 인하는 한 차례도 없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에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불러온 물가 상승 압력까지 겹치면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내역을 종합한 결과, 미국·유로존·일본 등 주요 10개 통화권(G10) 중앙은행들은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모두 16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상 폭을 합하면 4.00%포인트에 달한다. 특히 9월에는 6개 중앙은행이 총 1.50%포인트를 올렸다. 2023년 6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인상 규모다. 10월에는 캐나다만 금리를 올리며 잠시 숨을 골랐지만 11월 들어 다시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4.85%로 높였다. 올해 다섯 번째 인상으로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튿날 스웨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2.00%로 조정했다. 스웨덴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과 경기 회복으로 내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긴축을 부추기는 것은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좀처럼 식지 않는 수요다. 호주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에 달했다. 미셸 불럭 RBA 총재는 “금리 인상으로 국제유가를 낮출 수는 없다”며 “호주 경제의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금리 인상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 열풍도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으로 떠올랐다. RBA는 AI 투자 확대로 기술제품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최근 “단기적으로 AI는 경제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전력과 인력 수요가 다른 산업의 비용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AI 때문에 자연이자율이 상승할 것인지는 흥미로운 질문”이라며 “단순한 성장 모형에서는 성장률이 높아질수록 금리도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G10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현황
3년 2개월 만인 지난 9월 금리를 올린 미국에서도 추가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5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을 77.5%로 반영했다. 영란은행 역시 이날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4.00%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같은 고민에 놓였다. 한은은 7월과 8월 연속 금리를 올린 뒤 10월 연 3.00%로 동결했다. 그러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8%로 목표(2%)를 웃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세까지 개선되면서 오는 26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라이언 스위트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은 긴축적이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긴축 강도는 대부분 물가 흐름에 달려 있다.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더 긴축해야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