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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인 줄 알았는데 또 지하”…‘블루 쓰나미’에 개미들 비명

중앙일보

2026.11.05 00:49 2026.11.05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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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미국발(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급락했다. 코스피는 5400선이 무너지며 7개월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7.57% 하락한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9만9800원까지 떨어지며 7월29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20만원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 역시 9.46% 급락한 126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투톱의 추락은 한국 증시 전체를 끌어내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0포인트(5.28%) 하락한 5383.8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3일(5377.30) 이후 가장 낮다. 외국인이 3조4324억원을 순매도하며 급락을 주도했다.

이는 지난 6월19일 기록한 코스피 장중 최고점 9385.59보다 42% 이상 급락한 수치다. 통상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베어마켓)’으로 분류하는데, 이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주요 개인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10월이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 밑에 또 지하가 있었다”, “레버리지에 투자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등의 탄식이 나왔다.

코스닥 역시 36.54포인트(5.11%) 내린 678.41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커지며 두 시장 모두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해외에선 반도체 업종 비중이 큰 대만 가권지수가 3%대, 일본 닛케이가 1%대 하락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반도체주 폭락의 진앙은 전날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다.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신축과 증설에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번에 당선되거나 우세를 보인 36개 주 주지사 가운데 34명이 데이터센터 규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론(-7.00%)을 비롯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13% 급락한 이유기도 하다. 다우존스30(3.03%)·나스닥(1.44%) 등이 오른 것과 대비된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증설 용량의 약 45%가 일시적인 사업 중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데이터센터 건설 제동이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는 뜻밖의 ‘숨고르기 기회’가 될 수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시장이 AI 기업들을 우려한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로 인한 출혈 경쟁이었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건설이 늦어지면, 당장 쏟아부어야 할 투자비가 굳어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된다.

규제 강화가 AI 투자 축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미국 데이터센터 용량을 최대 13GW로 추산했다. 이는 2035년까지 예상되는 신규 증설 용량의 약 8%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단기 전망은 신중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AI 규제 강화 우려에 앤트로픽 상장 전 수급 불안까지 겹치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앤트로픽 상장이 마무리되고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향후 실적 전망)가 좋아져야 시장의 방향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미.배정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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