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외동’ 옛말…고소득층이 자녀 많이 낳아
Los Angeles
2026.11.05 08:23
2026.11.05 09:23
소득 상위 1% 중 49%가 세 자녀 이상
대학 학비 빼도 한 명 양육에 30만불
최근 국내 소득 상위 1% 부유층 가정에서 자녀를 3명 혹은 그 이상을 낳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AI 이미지 생성]
부유층 가정에서 자녀를 두 명 이상 두는 비율이 늘고 있다. '부잣집일수록 외동 자녀가 많다'는 기존 통념이 깨지는 모양새다.
캘리포니아포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소비자 재정 조사를 인용해 미국 소득 상위 1% 가정의 절반 가까이(49%)가 자녀를 세 명 이상 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보도했다. 이는 소득 구간별로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반면 진보 성향 비영리단체 경제안보프로젝트(Economic Security Project)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 가구에서 자녀를 세 명 이상 둔 비율은 40%에 그쳤다.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는 대학 학비를 제외하고도 평균 30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위 소득 가구의 연평균 소득이 8만7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자녀 한 명의 양육비만 수년 치 소득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만 연소득 최소 66만 달러, 순자산 최소 1370만 달러 이상인 소득 상위 1% 가정에는 이 같은 양육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 콘잘 경제안보프로젝트 부사장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에게 자녀 양육비는 엄청난 지출”이라며 “셋째 자녀를 갖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한 재정적 계산이 따르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 수가 많았던 전통적 출산 양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샌프란시스코주립대와 텔아비브대 연구진이 2018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화가 확인됐다.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당시 연구에 따르면 1980년에는 소득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녀 수가 적었다. 하지만 30년 뒤인 2010년 조사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자녀를 세 명 이상 둔 비율이 늘었다. 반면 중산층 여성은 대체로 자녀를 두 명 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조사에서는 다수의 미국인이 더 많은 자녀를 원하고 있지만, 희망 자녀 수와 실제 출산율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42%가 이상적인 자녀 수로 ‘세 명 이상’을 꼽았다. 응답자들이 희망하는 평균 자녀 수는 2.7명이었으나, 미국의 실제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당 약 1.6명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높은 양육 부담이 추가 출산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정책 연구기관 카피타(Capita)의 엘리엇 해스펠 선임연구원은 WP에 “부모들이 원하는 만큼 자녀를 낳지 못하는 것은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정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