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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석학 “AI, 잘못된 지름길 택할 수도…책임은 인간·기업 몫” [2026 중앙포럼]

중앙일보

2026.11.05 12:00 2026.11.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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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악의가 없어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잘못된 지름길을 택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 뒤 사과만 할 수 없듯, AI 기업도 안전에 책임져야 한다.”(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

“AI 위험에 대한 경고는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뛰어난 AI 모델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해킹할 수 있는 만큼, AI가 인간 사회의 규범 안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AI가 인간의 의도와 달리 행동하는 시대,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지난 4일 ‘2026 중앙포럼’ 후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와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책임까지 AI에 넘길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AI가 인간의 규범 안에서 작동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왼쪽)와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6 중앙포럼'을 계기로 대담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왼쪽)와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6 중앙포럼'을 계기로 대담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 간 AI 주도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안전성 검증보다 출시 속도를 앞세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앤트로픽이 AI 통제 불가능성을 공개 경고한 데에도 공감하며 “경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안전에 책임져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일반 이용자는 챗GPT가 업그레이드돼도 큰 차이를 못 느끼지만, 사이버 보안 분야에선 엄청난 변화”라며 AI 모델의 발전으로 해킹 능력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지적했다. AI가 국가안보·군사 분야에도 활용되는 만큼 더욱 철저한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원장도 AI가 목표 달성에만 매달릴 때 생기는 문제를 짚었다. 그는 “AI에 공장 작업 일정의 최적화를 맡겼더니 성능은 뛰어났지만, 정작 사람이 실행할 수 없는 일정을 내놓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AI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개발 단계부터 기술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왼쪽)와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6 중앙포럼'을 계기로 마주앉았다. 대담 말미 임 원장은 살라쿠디노프 교수가 스승 제프리 힌턴 교수와 200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동 발표한 논문을 화제로 꺼냈다. 신경망을 활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제시한 딥러닝 초기의 주요 연구다. 당시 지금과 같은 AI 발전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김종호 기자.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왼쪽)와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열린 '2026 중앙포럼'을 계기로 마주앉았다. 대담 말미 임 원장은 살라쿠디노프 교수가 스승 제프리 힌턴 교수와 200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동 발표한 논문을 화제로 꺼냈다. 신경망을 활용해 복잡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제시한 딥러닝 초기의 주요 연구다. 당시 지금과 같은 AI 발전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김종호 기자.



미·중 AI 경쟁에 대해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미국이 모델 성능에서는 앞서 있지만, 미국 스타트업 상당수가 중국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의 오픈소스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AI 시장을 주도할 기업으로는 구글을 꼽았다. 구글에 대해 “연구진과 AI 모델, 자체 반도체(TPU), 컴퓨팅 인프라, 이용자 기반까지 갖췄다”면서도 거대 기업 특유의 느린 방향 전환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임 원장은 AI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미국의 강점으로 꼽으면서, 중국을 미국의 강력한 ‘도전자(challenger)’로 평가했다.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러스 살라쿠디노프 카네기멜런대 교수가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한국의 AI 경쟁력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기술 확보와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임 원장은 “단순히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는 게 목표는 아니다”라며 “기술 종속을 피하려면 한국의 문화와 기업 업무에 맞고,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살라쿠디노프 교수도 한국의 우수한 연구 인력과 제조업 기반, LG·삼성 등 글로벌 기업을 강점으로 꼽으며 소버린 AI 개발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봤다. 임 원장은 “AI 개발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주문했다.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정부의 데이터센터 구축과 투자 지원이 기업의 도전을 뒷받침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와 관료적 절차를 늘리기보다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임우형 LG AI연구소 원장이 4일 서울 더그랜드 롯데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어두운 미래도 거론됐지만, 두 석학은 그보다 AI가 열어갈 미래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AI가 가져올 혜택이 위험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교육·의료 분야의 혁신을 기대했다. 임 원장도 “AI 덕분에 많은 사람이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들고, 항암제 개발 등 오랜 난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스승인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의 경고도 전했다. 힌턴이 한 “AI는 지금은 작고 귀여운 새끼 호랑이 같지만, 호랑이는 결국 자란다”고 비유다. 힌턴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AI를 개발하는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소외되는 미래”라고 살라쿠디노프 교수는 전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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