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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원수와 마지막 승부…51세 파이터 추성훈의 작별곡

중앙일보

2026.11.05 12:00 2026.11.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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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은퇴 경기를 치르는 추성훈. 1975년생으로 만 51세다. 사진 원챔피언십

격투기 은퇴 경기를 치르는 추성훈. 1975년생으로 만 51세다. 사진 원챔피언십

‘Time to Say Goodbye(작별할 시간).’ 추성훈의 등장곡 제목이다.

추성훈(51·16승7패)이 파란만장했던 파이터 인생의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국내 종합격투기(MMA) 단체 블랙컴뱃 대회에서 은퇴 경기(89㎏급)를 치른다. 상대는 2000~2010년대 UFC를 누빈 타격가 크리스 리벤(46·22승12패·미국)이다. 16년 전인 2010년 UFC 무대에서 추성훈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다. 추성훈이 MMA 경기에 나서는 건 2022년 3월 원챔피언십에서 아오키 신야(일본)를 꺾은 뒤 4년 8개월 만이다. 만 51세지만 여전히 식스팩이 선명하다. 지금은 방송 활동을 멈추고 태국에 캠프를 차려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방송으로 꾸준히 돈을 버는데 굳이 싸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듣는다.” 추성훈은 훈련 파트너 김동현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털어놓은 뒤 말을 이었다. “돈은 내가 유도와 격투기를 한 궁극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상대와 겨룰 때의 내가 멋있고, 그때 느끼는 설렘과 희열이 좋다.”

추성훈 은퇴경기 포스터. 상대는 16년 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크리스 리벤(오른쪽)이다. 사진 블랙컴뱃

추성훈 은퇴경기 포스터. 상대는 16년 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크리스 리벤(오른쪽)이다. 사진 블랙컴뱃

블랙컴뱃이 지난 2일 온라인으로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 55분 만에 매진됐다. 전문가들은 “2만석 규모의 고척돔을 채운 건 수퍼스타 추성훈의 티켓 파워”라고 분석했다. 추성훈은 TV 예능과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구독자 209만명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랑(딸)이 아빠’ ‘아조씨(아저씨)’로 불리며 인기와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그는 “늘 뭔가 부족했다. 마지막 도전으로 격투가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등장곡도 남다르다. 파이터들은 보통 빠르고 강렬한 힙합이나 록을 등장곡으로 쓴다. 추성훈의 곡은 느린 오케스트라 선율 위로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소프라노 사라 브라이트만이 함께 부르는 노래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하진 않지만, 가슴 깊이 울림을 준다. 추성훈은 굴곡 많은 자신의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잘 맞는 곡이라고 했다.

추성훈은 예능 프로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중앙포토

추성훈은 예능 프로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중앙포토

재일동포 4세인 추성훈은 1998년 한국으로 건너와 실업팀에서 뛰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1년 아시아유도선수권에선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그해 한국 유도계의 파벌과 텃세에 맞서다 일본으로 귀화했다. 이듬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이름을 도복에 새기고 나와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꺾고 81㎏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년 MMA로 전향한 뒤엔 K-1 히어로즈, UFC 등 당대 최고의 무대를 누볐다.

이제 남은 건 한 경기다. 추성훈은 “등장곡을 들으며 케이지에 오르는 기분은 특별하다. 보이는 풍경도 다르다. 승부사들에게만 허락된 순간인데, 내게 남은 기회는 이제 한 번뿐”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경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다”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아버지를 모시는 게 꿈이었던 추성훈. 딸 사랑이와 아내 야노 시호가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 원챔피언십

마지막 경기에서 아버지를 모시는 게 꿈이었던 추성훈. 딸 사랑이와 아내 야노 시호가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 원챔피언십

추성훈의 꿈은 마지막 경기에 인생의 멘토였던 아버지를 모시는 것이었다.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재일동포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추계이씨는 2023년 세상을 떠났다. 추성훈은 2022년 본지 인터뷰에서 전성기가 지나고도 격투기를 놓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버지는 늘 ‘인생의 갈림길에선 평탄한 길 대신 험한 길을 택하라’고 하셨다. 편한 길을 걸으면 나태해지고, 어려운 길을 헤쳐 가면 성장한다. 지금 내가 택해야 할 길은 방송이 아니라 힘든 격투기 선수의 길이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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