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아파트 704호 주인이 703호와 집을 맞바꿨다. 두 집의 시세가 같아서 현찰이 개입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 세법에서는 이를 ‘양도’로 본다. 주식도 비슷하다. 내 주식을 주고 다른 주식을 받는 것도 ‘양도’의 일종이다(한국 소득세법 88조).
최근 거론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이 한국 투자자들을 긴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테슬라 주주들 입장에서는 실제로 팔아서 돈을 받은 것도 없는데 ‘주식 양도’로 처리되어 세금(양도소득세)을 내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이 한국의 상장주식을 팔아서 생긴 차익에는 세금이 없다. 그러나 미국 주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세율은 거의 22%나 된다(한국 소득세법 94조). 내 새끼는 봐주지만 남의 새끼는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을 그렇게 정상적으로 매도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합병되는 바람에 내 주식을 넘겨야 할 때는 한국 세금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스페이스X가 테슬라를 인수할 때, 100원에 산 테슬라 주식의 가치가 300원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테슬라 주주들 입장에서는 갖고 있던 테슬라 주식을 주고, 같은 가치에 해당하는 스페이스X 주식을 새로 받게 된다. 주식을 맞교환한 것에 불과한데도, 그 차액 200원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 세법이고 국세청의 입장이다.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다. 아직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그 회사가 합병되는 바람에, 그리고 그것이 세법상 ‘양도’로 간주하는 바람에 세금을 내야 한다니 말이다. 흔히 ‘팬텀 인컴(phantom income)’이라고 불리는, 이 ‘빈 주머니(dry income)’에 대한 과세는 그래서 항상 논쟁거리다.
테슬라의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처럼(tax-free reorganization), 그리고 국내 적격 합병처럼, 실제 매각할 때까지 과세를 미뤄달라고(tax deferral) 세법 개정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그렇게 못 해주는 국세청의 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과세이연을 시켜주려면 그 합병에 대해서 따져볼 것이 많은데 한국 국세청이나 증권회사들이 미국 법인들의 복잡한 합병 자료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어떻게 계속 끌고 갈 것인지? 나아가 그 주식을 팔 때까지 기다려줬는데 그 사이에 외국으로 이민을 가버리거나(비거주자 전환), 외국 증권사로 넘겨버리면 한국 국세청은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만다.
앞으로 서학개미들의 미국 투자는 늘어날 것이고 거기서 인수 합병도 생길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과세의 원칙을 지키면서 징세 편의주의와 과세권 확보 사이에서 적절하게 세법을 개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석기 세법으로 철기 시대를 살아낼 수 없다.
물론 모든 과세이연에는 행정력 등의 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소수의 테슬라 장기 고액 투자자들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이번 사례는 그 비용을 감수할 만한 제도적 이유가 충분하다.
그나저나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결혼. 앞으로 합병비율이나 중국의 반응 등이 궁금하지만, 그리고 그 두 주식의 주가 변동은 더욱 궁금하지만, 둘이 결혼을 한다면,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 최근에 읽은 삼성증권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 우리 결혼하면 더 행복할까요’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따온 표현이다.
그 두 회사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공화당 쪽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장사는 돈으로 되지만, 돈으로는 유권자의 모든 마음을 살 수 없는 법. 이번 선거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성장에, 그리고 등을 돌린 일부 주주와 소비자, 정치인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