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뉴섬 “사형수 548명 모두 감형”
Los Angeles
2026.11.05 16:27
2026.11.05 17:27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전환 방침
유가족·검찰 반발…법적 대응 예고
퇴임을 앞둔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가주 사형수 548명 전원의 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하기로 했다. 피해자 유가족과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피해자 권익단체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뉴섬은 5일 가주 주민들에게 공개한 서한에서 주 헌법이 주지사에게 부여한 감형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가주의 가치에 어긋나며 사법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불완전한 사법제도 아래에서 사람을 처형하면서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감형 절차가 마무리되면 사형수 548명은 사형 집행을 피하게 되지만 가석방 없이 남은 생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사형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검찰은 앞으로도 사형을 구형할 수 있다.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주의회나 유권자의 결정이 필요하다.
뉴섬은 2019년 취임 직후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가주에서는 2006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집행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사형수 전원의 형을 바꾸는 것이다.
뉴섬은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사형제가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았으며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유가족과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토드 스피처 오렌지카운티 검사장은 “늑대에게 자비를 베풀면서 양에게는 극도의 잔혹함을 가하는 결정”이라며 “가주 유권자들은 여러 차례 사형제도 유지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네이선 호크먼 LA카운티 검사장도 현행법이 유지되는 한 사형 구형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1993년 12세 소녀 폴리 클라스를 납치·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리처드 앨런 데이비스(왼쪽)와 피해자 폴리 클라스의 생전 모습. [NBC뉴스 유튜브 캡처]
2010년 코스타메사에서 살해된 샘 허의 아버지 스티브 허는 “뉴섬이 한 일을 보고 경악했다”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헤집고 가주 주민들의 뜻을 거듭 뒤집었다”고 말했다. 샘 허를 살해한 대니얼 워즈니악은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허는 “아들의 묘지를 매주 찾고 있다”며 “극도의 분노라는 말로도 지금 심정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권익단체들도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검사장 출신인 앤 마리 슈버트 범죄사법법률재단 대표는 캘리포니아포스트에 사형수 개개인의 사건을 검토하지 않은 일괄 감형은 전례가 없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주 유권자들이 2012년과 2016년 투표에서 사형제 유지를 선택했다는 점도 논란이다. 토포 파디야 범죄피해자연합 회장은 “주지사 한 명의 신념이 유권자들의 뜻보다 우선하고 있다”며 중간선거 직후 감형을 발표한 시점을 두고도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감형 대상에는 1993년 12세 소녀 폴리 클라스를 납치·살해한 리처드 앨런 데이비스와 1999년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여성 4명을 살해한 캐리 스테이너 등도 포함됐다.
반면 앤서니 로메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사무총장은 “인종차별적이고 오류가 많은 비인도적인 사형제도를 끝내기 위한 역사적 조치”라며 환영했다.
가주 헌법상 중범죄로 두 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를 감형하려면 주 대법원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뉴섬은 이번 일괄 감형이 가주 법률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강한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