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괜찮으신가요? 아니요…. 간밤 월가에서 2조3000억 달러가 증발하더니, 오늘은 코스피 5000선마저 무너졌습니다. 모두가 패닉입니다. 누군가는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렸고, 누군가는 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을 선언했죠.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걸까요. 대폭락장에서 월가 전문가들이 쏟아낸 10개의 발언을 모았습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입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넘게 급락하며 5000선 아래로 내려갔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나스닥100 지수가 하루 만에 6.4%나 폭락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죠. S&P500은 4.4%, 다우지수는 3.4% 떨어졌고요. 특히 AI 열풍을 이끌었던 반도체주들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무려 12%나 무너졌거든요.
네, 발단은 미국 중간선거였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건데요. 그렇지 않아도 AI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쌓여 있던 차였죠. 여기에 규제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AI 관련주에서 시작된 매도세가 순식간에 시장 전체로 번졌고요.
어젯밤부터 월가에서 나온 말들을 압축 정리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무너진 걸까
① "2008년이나 2001년이 떠오른다"
" 시장이 하나의 테마에 지나치게 집중됐고, 이제 그 테마에 대한 투자가 청산되고 있다. AI에 대한 집중도가 너무 높았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나치게 커졌다. 이런 조정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
— 그레그 테일러, 펜더펀드 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1년 닷컴버블 붕괴가 비교 대상이 됐습니다. 테일러 CIO가 문제 삼은 건 AI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몰렸다는 점입니다. 그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② "내년 실적 전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투자자들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였다. 내년 실적 전망치를 보면 이들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정책이 바뀐다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구조적으로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기존 실적 전망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
그동안 AI 관련주가 비싸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는 폭발적인 미래 실적이었죠. 그런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데이터센터 규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데이터센터를 계획만큼 짓지 못한다면, 그 실적 전망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본점 스크린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8% 이상 하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연합뉴스
③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니다"
" 매도세의 강도와 광범위한 확산을 보면 이번 하락은 일상적인 차익 실현을 넘어선다. 글로벌 증시 상승을 지탱해온 AI 투자 논리 자체에 대한 더 깊은 재평가에 가깝다. "
" AI 호황을 타고 새로운 고점에 올랐던 아시아의 반도체 중심 시장은 이제 가장 강력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
— 헤베 천,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 시장 애널리스트
실제로 6일 아시아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한국과 대만 반도체주들이 무너졌습니다. 미국 AI 투자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타격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반도체 공급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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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줄 섰다
④ "개인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
" 우리는 이것을 개인투자자들의 완전한 항복(total capitulation)이라고 부른다. "
— 비라즈 파텔, 반다리서치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
그동안 미국 개미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주식을 사들였죠. 그런데 이번엔 반대였습니다. 하루 동안 개별 주식 2억6500만 달러를 순매도했는데, 코로나19 폭락장이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A futures-options trader works on the floor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US, November 5, 2026. REUTERS/Jeenah Moon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⑤ "매수자는 사라지고, 헤지펀드는 모든 포지션을 청산한다"
" 대형 롱온리 펀드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소규모 헤지펀드들은 모든 포지션을 청산하고 있다. "
— 마이클 모너핸, 파운더 ETF 파트너·포트폴리오 매니저
큰손들은 관망하고,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보유 주식을 내다 팔고 있습니다. 매수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매물이 쏟아지니 낙폭이 커질 수밖에요.
⑥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다"
" 우리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다. "
— 존 플러드,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데스크
월가의 큰손들이 골드만에 전화를 걸어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지는 거냐”고 묻는 상황입니다. 정작 골드만삭스가 시장에서 확인한 매수세는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⑦ "기업의 펀더멘털이 하룻밤 사이 악화된 게 아니다"
" 매도세에서 진정한 패닉이 느껴진다. 한쪽으로 쏠린 포지션, 디레버리징, 강제 청산 가능성이 상황을 훨씬 악화시키고 있다. "
"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하룻밤 사이 갑자기 악화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투자자들이 무엇을 보유하고 있든 위험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 딜린 우, 페퍼스톤그룹 전략가
멀쩡한 주식까지 함께 팔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빚을 내 투자했던 사람들은 손실이 커지면 보유 자산을 강제로 팔아야 할 수도 있거든요.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 따질 겨를도 없이 매물이 쏟아지는 겁니다.
A television screen shows a news broadcast as a futures-options trader works on the floor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NYSE) in New York City, US, November 5, 2026. REUTERS/Jeenah Moon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래서, 지금 주식을 사도 될까?
⑧ "연말이 다가오면서 반등은 더 어려워졌다"
" 이번 거래에는 기술적 요인에 따른 움직임의 특징이 많이 나타났다. "
— 스콧 래드너, 호라이즌 최고투자책임자(CIO)
연말이 코앞인지라 기관투자자들은 한 해 수익률을 지켜야 하는 시기라 위험한 주식을 새로 사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배런스가 래드너 CIO의 분석을 전하며 반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이유입니다.
⑨ "급락장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신중하다"
" 평소 급락장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
" 재무 상태가 매우 건전하고 전통적인 가치평가 지표상 저렴해 보이는 기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
— 마르타 노턴, 엠파워 최고투자전략가
아무거나 싸다고 사기보다는 재무 상태가 튼튼하고 실제로 저평가된 기업만 골라 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