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지지자들이 지난 1일 하이파에서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총리직 ‘생명 연장의 꿈’이 점점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지난 4일 확정된 총선 결과를 토대로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의가 시작된 가운데, 19석의 돌풍을 일으키며 연립정부(연정) 구성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아랍계 정당들이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주도하는 반네타냐후 진영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친네타냐후 진영에선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디) 정당이 이탈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차기 정부를 구성할 총리 후보를 오는 8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확정된 총선 선거 결과를 보고받은 후 원내에 진출한 모든 정당 대표와 이날까지 협의를 벌인 뒤 향후 일정을 공개했다.
노암 솔베르그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 4일 예루살렘 대통령 관저에서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총선 공식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총선 후 연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정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해 차기 정부를 구성할 협의 권한을 부여한다. 후보로 지명된 이는 각 정당과 28일간 협의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연정에 필요한 과반 의석수(61석)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정부를 구성하면 총리에 오를 수 있다.
김영옥 기자
현재로선 헤르조그 대통령이 아이젠코트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총리 후보로 의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이라서다. 각 정당들이헤르조그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밝힌 입장을 종합하면 아이젠코트는 의회 과반인 67명 의원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의원 46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7명의 의원은 기권했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가 총선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젠코트의 상승세는 기존 반네타냐후 야권(48석)에 더해 2곳의 아랍계 정당(19석)이 아이젠코트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11석을 확보한 최대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리스트는 이날 “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아이젠코트 대표가 차기 정부 구성을 맡아야 한다는 당의 추천 결정을 공식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엔 8석을 차지한 아랍계 라암당이 차기 총리 후보로 아이젠코트 대표를 추천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반면 친네타냐후 진영에선 이탈이 발생했다. 하레디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7석)은헤르조그 대통령에게 (유대교) 정신적 지도자들의 지시에 따라 차기 총리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유대 학교인 예시바에 다니는 학생들의 병역 면제를 중단하는 걸 막지 못한 데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반네타냐후 세력 지지자가 차기 총리 후보 추천 의원 수에서 가디 아젠코트 지지 의원 수(67석)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지지 의원 수(46석)가 적힌 숫자와 함께 히브리어로 '우리는 다수입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직 아이젠코트 대표가 총리 자리에 오를지는 확실치 않다. 총리 후보 추천이 실제 연정에 참여하거나 정부 지지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서다. 아이젠코트는 선거 기간 아랍계 정당인 라암을 정부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반네타냐후 야권 연합의 핵심인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누당도 아랍계 정당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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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통령 “트럼프 군사원조 종료, 청천벽력”
한편 헤르조그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이스라엘 군사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CNN에 따르면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날 야샤르당과 회동에서 “미국의 원조 문제를 매우 우려한다. 청천벽력처럼 다가왔다”며 “양해각서에 따라 2028년까지 원조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을 위한 원조를 올해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016년 2019∼2028 회계연도에 총 380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10년간 나눠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지원은 2년 일찍 끝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월 미국의 군사원조를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여 미국의 원조 대신 독자적 무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맥락 속에 “네타냐후 총리가 (원조 중단을) 먼저 제안해왔고 수개월 논의 끝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조 중단 언급에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