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의 포르투갈 국가대표 경력은 화려했지만, 마지막은 씁쓸했다. 23년 동안 조국을 대표하며 세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전설은 감독과의 갈등 끝에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영국 'BBC'는 6일(한국시간) '호날두의 씁쓸한 마지막, 포르투갈을 바꿔놓은 상징적인 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호날두의 대표팀 은퇴 과정과 그가 남긴 유산을 조명했다.
매체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리오넬 메시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떠났다. 그러나 호날두는 다른 길을 걸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전했다.
호날두는 23년에 걸친 포르투갈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경기는 지난 9월 24일 웨일스전이었다. A매치 통산 기록은 234경기 146골이다. 대표팀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남았다.
은퇴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호르헤 제수스 감독과 갈등을 빚었고, 대표팀 훈련 캠프를 허가 없이 이탈하면서 징계를 받았다.
BBC에 따르면 호날두에게는 30일 자격 정지와 벌금 255유로(약 39만 원)가 부과됐다. 자격 정지 기간은 이미 끝났다.
갈등의 발단은 출전 문제였다. 제수스 감독은 호날두를 한 경기에서 벤치에 앉혔고, 다음 경기에서도 선발로 기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호날두는 대표팀 캠프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제수스 감독은 이후에도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호날두가 원한다면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더 이상 선발 출전이 보장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BBC는 "호날두는 자신의 자리가 의심받는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감독이 자신의 위치에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보였던 반응이 다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또 한 번의 불만 표출로만 볼 수는 없다. 그렇게 평가하면 그가 오랜 시간 얼마나 많이 변화하고 적응했는지를 놓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호날두의 대표팀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처음 포르투갈 대표팀에 합류했을 당시 호날두는 모자를 거꾸로 쓰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훈련 캠프에 나타났다. 헤드폰에서는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큰 음악이 흘러나왔다.
루이스 피구와 후이 코스타 등 선배들과 식사할 때조차 모자를 벗지 않았다.
당시 대표팀을 지휘하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호날두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미숙한 태도를 문제 삼았다. 공개적으로 질책한 뒤 따로 불러 태도를 바꾼다면 언젠가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첫 번째 큰 좌절은 2004년 찾아왔다. 당시 19세였던 호날두는 자국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결승에 출전했다. 포르투갈은 리스본 에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그리스와 맞붙었지만,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에게 헤더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우승을 확신했던 포르투갈 국민들에게 충격적인 결과였다. 호날두는 경기 종료 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라운드에서 울음을 터뜨린 10대 선수의 모습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당시 대표팀의 등번호 7번은 피구의 몫이었다. 호날두는 17번을 달았다. 피구가 2006년 대표팀을 떠나면서 7번과 포르투갈 축구를 이끄는 역할은 호날두에게 넘어갔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아픔도 겪었다. 2005년 9월 러시아와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스콜라리 감독과 피구는 호날두의 방을 찾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귀국을 제안했지만 호날두는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동료들에게 평소처럼 자신을 대해 달라고 부탁했고, 라커룸에서 공을 다루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호날두는 스콜라리 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은 단순히 국가를 대표하는 곳을 넘어 그를 지탱하는 공간이 됐다.
물론 모든 감독과 관계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과는 갈등을 겪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스페인에 패해 탈락한 뒤 부진한 경기력에 관한 질문을 받자 호날두는 기자들에게 감독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대표팀 내에서 호날두의 영향력은 이미 상당했다. 훈련과 생활 방식에도 영향을 줄 정도였고, 케이로스 감독은 자신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느꼈다.
호날두는 시간이 흐르면서 주장으로서 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유로 2016이다.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 체제에서 호날두는 나니와 함께 중앙 공격수로 뛰는 역할을 받아들였다. 이전보다 감독의 지시를 자연스럽게 따랐다.
아이슬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비긴 뒤에는 나니에게 산투스 감독을 신뢰한다고 이야기했다. 대표팀 동료들은 호날두가 주장으로서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에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당시 산투스 감독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호날두가 이미 일어나 있었다고 회상했다.
프랑스 마르쿠시 훈련 캠프에서는 팬의 확성기를 빌려 포르투갈이 아직 아무것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성과보다 팀의 목표를 앞세우는 모습이었다.
결승전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나왔다. 호날두는 프랑스와 결승에서 부상을 당해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다. 주장 완장은 나니에게 넘어갔다.
호날두는 전반 종료 후 동료들을 격려했고, 연장전을 앞두고 에데르에게 득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데르가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은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 역시 벤치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장전 도중 기술지역까지 나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대기심이 그를 돌려보내야 했다.
BBC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일부 지도자들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모든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욕구는 호날두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라고 분석했다.
호날두의 대표팀 경력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9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준결승에서는 스위스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포르투갈은 초대 대회 우승팀이 됐다.
2025년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했을 나이에 두 번째 네이션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월드컵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지만, 포르투갈은 16강에서 우루과이에 패해 탈락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다만 호날두의 대표팀 득점력은 마지막까지 뛰어났다. BBC에 따르면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 체제에서 호날두는 37경기 28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0.756골이다. 산투스 감독 체제에서 기록한 경기당 0.624골보다 높은 수치다.
포르투갈 사회학자 주앙 누누 코엘류는 호날두가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의 정체성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자신감의 위기를 겪던 시절, 포르투갈은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호날두는 그 중심에 있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강한 자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피구와 에우제비우, 파울루 푸트르, 후이 코스타 같은 선수를 더 선호하는 팬들도 있었다.
호날두가 대표팀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면서 비판은 점차 줄어들었다. BBC는 "호날두가 대표팀에 데뷔한 2003년 포르투갈은 아직 주요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없었다. 어떤 선수는 한 시대를 상징하지만, 어떤 선수는 국가대표팀 자체를 영원히 바꿔놓는다. 호날두는 후자에 속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호날두의 영향력 아래 포르투갈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인 팀을 넘어,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는 팀으로 바뀌었다. 한 세대의 선수들이 그가 기준을 정하는 라커룸을 거쳐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포르투갈축구협회는 호날두의 공헌을 기리기 위한 특별 헌정 행사를 예고했다.
BBC는 "그의 퇴장은 팬들이 함께 축하할 여지를 남기지 못했다. 포르투갈 국민들은 호날두와 함께 성장했고, 그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조국을 이끌었다"라고 전했다.
23년 동안 234경기에서 146골. 유럽선수권대회 우승과 두 차례 네이션스리그 정상 등 호날두가 남긴 기록은 화려하다.
마지막 순간만큼은 달랐다. 조국을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이끈 전설은 국민들의 환호 속에 작별하는 대신, 감독과의 갈등이라는 씁쓸한 장면을 남기며 대표팀 생활을 끝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