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과거 그를 지도했던 조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입을 열었다. 영국 언론에서는 호날두의 마지막 행보를 두고 '축구계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비판까지 나온 상황이다. 무리뉴 감독은 옛 제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마지막 은퇴만큼은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스페인 '아스'는 6일(한국시간) 무리뉴 감독이 발렌시아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대표팀 은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8일 오전 5시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발렌시아와 2026-2027시즌 스페인 라리가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은퇴를 언급했다.
그는 "호날두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 다만 호날두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아직 선수 생활 전체를 끝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게는 아직 남은 목표들이 있다. 그의 최종 선수 은퇴는 이번 대표팀 은퇴와는 다른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호날두는 지난 5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은퇴를 발표했다. 2003년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후 23년 만의 작별이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국민 여러분, 이제 대표팀의 7번 유니폼을 돌려드릴 때가 왔다. 23년 동안 이 유니폼을 입고 세계 곳곳에서 뛴 것은 엄청난 영광이자 책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세대가 이 번호를 이어받아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호날두가 남긴 기록은 화려하다. A매치 통산 234경기에서 146골을 넣으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최다 출전과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유로 2016과 2019년, 2025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도 이끌었다.
마지막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호날두는 최근 대표팀에서 선발 출전 문제로 호르헤 제수스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 노르웨이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뒤 허가 없이 대표팀 훈련 캠프를 떠났고, 이 일로 30일 출전 정지와 벌금 255유로(약 43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23년 동안 이어진 국가대표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영국 언론은 호날두의 은퇴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아이페이퍼(iPaper)'는 6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축구계의 도널드 트럼프로 은퇴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부제는 '호날두는 기억되겠지만, 사랑받지는 못할 것이다'였다.
매체는 "변덕스럽고 자기중심적인 독재자의 몰락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이어 "포르투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한 명과 작별하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의 대표팀 은퇴는 온 국민의 찬사를 받는 순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징계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아이페이퍼는 "30일 출전 정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처벌이었다. 해당 기간에는 치러야 할 경기가 없었다"라며 "벌금은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약 26초 만에 벌어들이는 돈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호날두가 자신의 영향력과 지위에 집착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매체는 "호날두에게는 일반적인 규칙이 적용된 적이 없었다"라며 "그는 소셜미디어 조회수와 팔로워 숫자에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집착을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르투갈에서는 그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호날두가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을 씁쓸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호날두의 은퇴를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리뉴 감독의 발언은 눈길을 끈다.
무리뉴 감독과 호날두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했다. 당시 호날두는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164경기 168골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두 사람은 라리가와 코파 델 레이 우승도 함께 경험했다.
다만 관계가 항상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무리뉴 감독은 강한 전술적 규율과 수비 가담을 요구했고, 호날두는 이러한 지시를 두고 감독과 충돌하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뒤 호날두는 "무리뉴는 내 친구가 아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동료였던 앙헬 디 마리아 역시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달라졌다. 무리뉴 감독은 훗날 호날두를 지도했던 경험을 자신의 감독 경력에서 가장 좋은 순간 중 하나로 꼽았다. 호날두 역시 무리뉴 감독을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했다.
이제 호날두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고 소속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무리뉴 감독은 옛 제자의 결정을 존중했다. 동시에 최종 은퇴만큼은 이번처럼 갈등과 논란 속에서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포르투갈 축구의 역사를 바꾼 호날두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작별을 남길지 관심이 쏠린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