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는 치킨을 시켜서라도 어떻게든 먹는데, 채소와 과일은 남겨서 버릴까 봐 마트에서 사기도, 파는 식당을 찾기도 어려운 음식이에요.”(서울 관악구 원룸의 김모씨)
우리나라 채소·과일 섭취 하루 권장량은 500g.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400g을 제안하지만, 우리는 ‘김치 프리미엄’으로 100g을 더 얹었다. 그런데 이 500g을 채우는 사람이 24.4%(한국영양학회·2024년 기준)에 그친다. 10년 전인 2014년엔 38.2%였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가 한몫한 것으로 꼽고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서울 마포구의 한 구내식당. 박영현(43)씨가 샐러드를 펄펄 끓는 뚝배기 된장찌개에 넣는다. 주변 사람들은 경악한다. 박씨는 소신이 있다. “살짝 데치는 효과가 있어서 소화가 잘됩니다. 수분이 나와서 염분이 많은 찌개를 중화시키는 역할도 하죠.”
채소는 데치면 발암물질을 만드는 질산염 50~60%가 사라진다. 비타민C도 날아가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또 부피가 줄어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다. 식중독 위험도 줄어든다. 2024년 미국을 덮친 햄버거 식중독 파동은 ‘덜 익힌’ 패티가 아니라 ‘안 익힌’ 양파에 묻은 대장균이 원인이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이재민(78)씨. 식당에서 식후 서비스로 나온 과일을 놓고 고민한다. “당뇨가 있어서요.” 과일은 식전보다 식후에 먹는 게 좋다. 식전 공복 상태에서는 혈당을 높일 수 있다. 식사 바로 뒤에도 위험하다. 포도당과 과당이 섞이면서 역시 혈당이 급상승할 수 있다. 식후 1~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먹어야 혈당이 완만히 상승한다. 식사 때도 심심한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먹어야 혈당 관리가 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찾은 최적의 채소·과일 조합이 있다. 과일 2회분, 채소 3회분이다. 한국영양학회도 과일은 하루 1~2개, 채소는 끼니마다 2가지 이상 먹을 것을 권장한다. 비슷하다. 1회분은 과일의 경우 사과 1개, 포도 16알, 바나나 1개, 딸기 4개 등이다. 한국영양학회는 사과 반 개(100g), 귤 1개(100g), 포도 15알(100g) 등을 예로 든다.
1인 가구 김씨는 이 나열을 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 “어렵다, 어려워.” 1인 가구가 가구 형태 중 가장 많은(36.6%) 시대. 채소·과일도, 김치도 점점 덜 먹는 시대. 김씨에게 ‘하루 500g’은 무거운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