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민경 기자] K팝 시장에서 숏폼은 이제 흥행의 필수 조건이 됐다. 15초짜리 챌린지 영상으로 소비하기 좋게 곡은 점점 짧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후크만 강조한 노래가 쏟아진다. 무대 전체보다 '킬링 파트' 하나가 먼저 퍼지고, 곡 전체를 끝까지 듣는 리스너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흐름을 거슬러 정공법을 택한 팀이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다. 두 팀은 유행하는 공식을 따르지 않고,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 파워'로 채우는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달 23일 발매한 새 디지털 싱글 ‘DESERVE’로 정면 승부를 걸었다. 지난 6월 ‘SUGAR HONEY ICE TEA’ 이후 약 4개월 만의 초고속 컴백이자 올해 다섯 번째 활동이다. 이번에 고른 장르는 뜻밖에도 팝 발라드였다. 강렬한 힙합과 에너지 넘치는 댄스곡으로 '퍼포먼스 강자' 자리를 굳힌 팀이 화려한 안무를 내려놓고 목소리만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사진]OSEN DB.
‘DESERVE’는 서정적인 신스 선율과 레트로한 무드가 어우러진 곡이다. 짧은 구간에 임팩트를 몰아넣는 숏폼 문법과 정반대로, 절제된 감성에서 출발해 후렴과 브릿지로 갈수록 감정이 쌓여 올라간다. 몇 초짜리 하이라이트로는 곡의 진가를 다 담을 수 없는 구조다. 호흡이 긴 곡을 끝까지 끌고 가려면 보컬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베이비몬스터는 그 실력을 증명했다.
진가는 무대에서 드러났다. 베이비몬스터는 지난달 24일 MBC '쇼! 음악중심'과 25일 SBS '인기가요'에서 핸드마이크 라이브를 선보였다. 풍부한 성량과 완급 조절로 고조되는 사운드를 탄탄히 받쳤고, 하이라이트 구간에서는 아현의 전매특허인 초고음 애드리브와 파리타의 힘 있게 뻗는 보컬이 어우러져 압도적인 하모니를 만들었다. 수준급 기량이 필요한 곡인데도 라이브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이돌 그룹이라는 틀을 넘어선 '올라운더'의 면모다.
[사진]OSEN DB.
베이비몬스터가 목소리로 증명했다면, 트레저는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퍼포먼스로 답했다. 트레저는 지난 2일 새 디지털 싱글 ‘SHOCK’를 발매했다. ‘SHOCK’는 트렌디한 신스 사운드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인 일렉트로닉 힙합곡이다. YG 음악의 근본인 힙합의 묵직함은 지키면서 트레저 특유의 파워와 역동성을 더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음악 세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어가는 구간이 없다. 몰아치는 비트 위로 멤버들의 날카로운 래핑이 이어지고, 원타임(1TYM)의 ‘Hot 뜨거'를 차용한 노랫말과 브릿지의 후킹한 프레이즈가 강한 중독성을 남긴다. YG 선배의 유산을 트레저의 방식으로 다시 쓴 셈이다.
퍼포먼스는 더 압도적이다. 가사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동작부터 충격을 형상화한 절도 있는 포인트 안무까지 곡의 매력을 키운다. 특히 브릿지 구간의 일사불란한 칼군무와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한 군무는 웅장한 스케일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한 장면만 잘라 소비하기에는 아까운,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무대다.
[사진]OSEN DB.
이처럼 베이비몬스터는 ‘YG표' 정통 보컬의 진수를, 트레저는 YG 정통 힙합의 정체성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여줬다. 숏폼을 위해 곡을 짧게 줄이고 후크를 늘리는 대신, 곡 전체를 실력으로 채우는 '정공법'이 결국 글로벌 리스너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두 팀의 질주는 계속된다. 베이비몬스터는 5개 대륙 18개 도시 31회차 규모의 두 번째 월드투어 ‘2026-27 BABYMONSTER WORLD TOUR [춤 (CHOOM)]’을 이어가고 있고, 내년 초 새 앨범도 낸다. 트레저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6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KGMA)’ 등 여러 무대에서 팬들을 만난다. 휘발성 짙은 유행 속에서 '무대 전체를 찢는' 두 팀의 풀 파워 행보에 가요계의 시선이 쏠린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