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운전석이 앞에만 있기 때문에 주행 방향을 반대로 바꾸려면 ‘유턴(U-Turn)’을 해야 합니다. 유턴이 가능한 차선에서 신호에 맞춰 차를 U자형으로 돌리는 건데요.
그러면 선로를 달리는 열차는 진행 방향을 어떻게 바꿀까요? 열차 종류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우선 고속전철인 KTX와 일반열차인 ITX-새마을, ITX-마음, 그리고 일반전동차처럼 앞뒤에 모두 운전실이 있는 경우는 간단한데요.
이런 열차는 양방향으로 모두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행 방향을 바꾸려면 기관사가 운전실만 옮기면 됩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기관차인 전기기관차도 운전실이 앞뒤에 다 있습니다.
문제는 운전실이 한쪽에만 있는 디젤기관차인데요.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보유 중인 디젤기관차는 모두 180대입니다. 이 가운데 25대는 운전실이 앞뒤에 다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제외하면 155대는 운전실이 한쪽에만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열차는 자동차와 달리 바퀴가 좌우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진행 방향을 바꾸려면 멀리 크게 선로를 돌아야만 합니다. 자칫 무리하게 급회전을 시도하다간 탈선할 우려도 있는데요.
철도에서 방향 전환을 위한 ‘돌림선’이란 걸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돌림선을 만들려면 그만큼 비용도 들고, 또 실제로 방향 전환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요. 서울 수색역의 경우 돌림선을 사용하면 20~25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물론 운전실이 한쪽에만 있는 기관차도 역행(정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이때는 운전실의 기관사 좌석을 반대로 돌려서 달리는데 시야가 상당히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지는데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힘센 기계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전차대(轉車臺, Turn Table)’인데요. 순화된 국어표현으로는 ‘방향 전환대’인 이 장치는 열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회전축 위에 올려 회전시키는 설비입니다. 흔히 기계식 주차장의 입구에서 볼 수 있는 회전판과 유사한데요.
수색역에서 운영 중인 전차대. 강갑생 기자
국내에는 수색차량사업소(수색역), 청량리차량사업소(청량리역) 등 31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수색차량사업소에 있는 전차대는 얼핏 보면 둥근 인공 연못 가운데에 20여m 길이의 다리가 놓여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1989년에 5700여만원을 들여 도입한 이 전차대는 최대 150t 무게의 기관차도 회전이 가능합니다. 지난 3일 오후 코레일의 협조를 얻어 수색차량사업소에서 전차대 운영 모습을 직접 확인했는데요.
무게가 130t 가까이 나가는 7400호대 디젤기관차가 전차대에 진입하자 안전장치를 해제하고는 곧바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회전속도가 의외로 빨랐는데요. 분당 20m가량으로 앞뒤를 바꾸는 데 불과 1분 20~30초밖에 안 걸렸습니다.
수색차량사업소의 윤민석 부소장은 “간혹 전차대가 고장 나면 수색역에서 화전역 사이 중간지점쯤에 있는 돌림선까지 기관차가 다녀오는 데 20~25분가량 걸린다”고 소개합니다. 수색역에선 하루에 20대 정도 전차대를 사용하는데요.
전기기관차는 앞뒤에 모두 운전실이 있다. 강갑생 기자
도입 초기에는 전차대에 별도의 운전대가 있어서 관리원이 수동으로 조작했지만, 2015년 개량 사업을 거쳐 지금은 리모컨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리모컨의 ‘회전’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전차대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가끔이지만 운전실이 양쪽에 있는 전기기관차도 전차대를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한쪽 운전실이 기기 고장 등으로 사용이 어려울 때 주로 전차대를 이용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전차대는 언제 처음 도입됐을까요. 코레일 등에 문의했지만 아쉽게도 명확한 기록이 없다는 답변입니다. 다만 지난 2023년 10월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옛 송도역 주변에서 발견된 협궤용 전차대를 통해 유추가 가능한데요.
옛 송도역에서 발견된 전차대 모습. 출처 인천광역시 굿모닝인천
이 전차대에는 발견 당시 ‘American Bridge Company of New York, U.S.A. 1905, No. 351.’이란 금속 명판이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해석하면 대략 1905년 미국 뉴욕에 있는 아메리칸교량회사가 만든 351번 전차대라는 의미가 될 것 같은데요.
120여 년 전에 만든 전차대가 송도역에 설치된 걸 보면 아마도 전차대는 세계적으로도 1900년 안팎에 개발되고 이용이 시작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할 듯합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전차대이지만 그 쓰임새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기기관차가 많아진 데다 디젤기관차도 양쪽에 운전실이 있는 차량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운전실이 한 곳만 있는 디젤기관차가 사라지지 않는 한, 또 전기기관차 운전실의 고장 같은 유사시를 고려한다면 전차대 역시 그 명맥을 일정수준 유지할 거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