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배너가 미국 법무부 밖에 걸려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엄격한 비자 정책으로 해외 지원자들이 줄어든 데다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미국 MBA의 인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 9월은 미국 경영대학원 입학처에 혹독한 시기였다”며 “2028학년도(올가을 입학) 전일제 MBA 과정의 미국 내 지원자 수가 직전 모집 주기보다 27%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은 21%, 조지타운대 맥도너 경영대학원은 22% 감소했다.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과 조지아공대 셸러 경영대학원도 비슷한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다트머스대 턱 경영대학원과 밴더빌트대 오언 경영대학원은 지원자가 약 3분의 1 줄었다. 지원자 감소는 전일제 MBA에 국한되지 않았다. 미국 내 모든 유형의 MBA 과정에서 지원자가 줄었고 경영학 분야 다른 유형의 대학원 과정도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온라인 MBA 과정 역시 지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지원자 감소를 주도한 것은 해외 지원자들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해외 지원자들의 위축이 감소세를 이끌었다”며 “이는 상당 부분 트럼프 행정부의 엄격한 비자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GMAC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유형의 경영대학원 과정에서 해외 지원자는 38% 감소한 반면, 미국 내 지원자는 6% 줄어드는 데 그쳤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사례는 전반적인 추세를 잘 보여준다. 학교 관계자는 통신에 “해외 지원자가 약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밴더빌트대 오언 경영대학원의 경우 올해 MBA 과정 해외 지원자 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4년 8월 15일 미국 UCLA 로이스홀 앞 모습. AP=연합뉴스
경기 불확실성도 MBA 진학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리 프레이저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 전일제 MBA 과정 부학장은 통신에 “일반적으로 경기가 하강하면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뒤 졸업할 때 쯤에는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나 이런 경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Z세대는 경영대학원 진학에 더 큰 부담을 느끼는 세대”라며 “부모 세대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더 많이 의문시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과 달리 유럽 경영대학원의 MBA 지원자는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프랑스 에덱(EDHEC) 경영대학원은 지원자가 17% 줄었지만,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반면 아프리카를 비롯한 일부 신흥 지역에서는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50% 이상 급증했다. 아프리카는 지난해 말 비자 제한 등으로 미국 경영대학원 진학 문턱이 높아졌음에도 미국 학교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늘어난 지역이다. 다만 지원자 증가가 실제 등록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높은 학비 부담과 학생 비자 발급의 어려움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드라 리셰 에덱 글로벌 MBA 과정 책임자는 통신에 “지원자 증가가 실제 등록 증가로 비례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이는 MBA에 대한 지원자의 관심과 학비를 마련하고 필요한 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능력 사이에 격차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