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은 최고예요. 면발이 쫄깃해서 식감이 환상적이고 스프나 소스도 아주 풍부해요. 한 개만 먹기 어렵다니까요.”
지난 6일 경북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구미라면축제. 미국에서 온 네이선 리스던(21)은 다진 돼지고가기 듬뿍 들어간 매콤한 국물라면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자마자 수육을 올린 냉라면을 주문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6일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구미라면축제 현장. 축제는 8일까지 열린다. 임선영 기자
서울 명동 거리를 연상케 하듯 475m에 이르는 긴 축제 거리는 수만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추워진 날씨에 곳곳에서 라면을 호호 불며 먹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리스던은 “신라면을 맛본 뒤 한국 라면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한국에 여행 오면 다양한 퓨전라면을 먹을 수 있는 이 축제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K라면이 세계인의 한 끼 식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정 형태의 라면에서 다양한 국물라면과 볶음면으로 확대되고, 세계적으로도 라면에 각국의 식재료를 더해 취향에 맞게 즐기는 식문화가 확산한 영향이다. K라면의 소비 저변이 넓어지면서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15억 달러(약 2조460억원)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사상 처음 20억 달러(약 2조728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6일 구미라면축제에서 라면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임선영 기자
6일 구미라면축제에서 라면을 맛보는 외국인들. 임선영 기자
이런 성장의 원인은 역시 K라면의 경쟁력이다. K콘텐트의 인기에 더해 식품업계의 품질 강화와 신제품 개발, 현지화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단 평가다. 실제 국내 라면 시장 판매액 1위인 농심 신라면 브랜드(국물·비국물 포함)는 북미·중국·일본·유럽 등 1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1조5400억원 가운데 66%가 해외에서 나왔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엠버 비네마(26·네덜란드)는 “한국 라면은 맛있게 매운 데다, 면발이 굵어 배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살바도르 토라르(19·우루과이)는 “어떤 토핑과 소스를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되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했다.
한국 라면이 세계 각국에서 요리로 확장되는 흐름은 올해 구미라면축제에서 처음 열린 ‘글로벌 라면 요리대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예선에 80개국 1263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13개국 13명의 참가자가 7일 본선 현장에서 요리를 선보였다.
지난 7일 구미라면축제에서 열린 글로벌 라면 요리대회. 사진 구미시
1위는 멕시코 치폴레와 숯불 닭꼬치를 올린 라면을 만든 헤수스 마누엘 폰세 루이스(38·멕시코)가 차지했다. 그는 “한국 라면은 멕시코식 여러 소스와도 잘 어울릴 만큼 다양한 요리로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라면의 인기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이 축제를 찾는 방문객은 지난해엔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35만 명, 올해는 4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라면을 활용해 퓨전라면을 선보인 팝업스토어와 농심 공장에서 갓 튀겨낸 라면 판매 코너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농심 공장이 있는 구미시는 2022년부터 매년 이 축제를 열고 있다.
농심은 K라면 수요 급증에 대응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첫 수출전용공장을 세우고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부산 녹산에 있는 농심의 수출전용공장. 임선영 기자
농심은 부산 녹산에 수출전용공장을 세우고 최근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진 농심
지난 5일 찾은 녹산신공장은 연면적 4만8178㎡(약 1만4574평) 규모로, 반죽부터 면발 성형, 튀김, 포장까지 전 공정 자동화 생산라인을 갖췄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해 일반 생산라인보다 속도를 두 배 높여 분당 600개 이상, 연간 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부산신항과 불과 4㎞ 떨어져 수출 물량의 물류 효율도 높였다.
이번 공장 가동으로 농심의 수출용 라면 연간 생산능력은 12억 개로 늘었다. 기존 부산·구미공장의 연간 7억 개에 녹산신공장의 5억 개가 더해진 결과다. 여기에 미국·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능력 17억 개를 합하면 농심의 수출·해외 판매용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29억 개에 이른다.
조용철 농심 대표는 “생산능력 확충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를 높여 오는 2030년까지 농심 전체 매출을 7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