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6% 이상 급락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2% 내린 5059.69,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03% 하락한 644.27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1
미국 중간선거의 ‘블루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장악) 충격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틀간 국내 주식 6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6% 넘게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1360원대로 올라섰다. 그나마 환율의 가파른 상승을 막아선 건 반도체 수출기업들이 내놓은 달러였다. 증시에서 매도 대상이 된 반도체가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값을 떠받친 방어막이 돼준 셈이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6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4.5원 오른 135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야간 거래를 거친 최종 종가는 1363.0원이었다. 외국인은 5, 6일 이틀간 국내 주식 약 6조2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환율 상승이 제한된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황이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 흑자는 614억6000만 달러로 처음 월간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564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9.4%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4%에서 49.0%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에 따른 달러 수요를 일부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주간장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네고 물량이 환율 상단을 무겁게 누르는 패턴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네고 물량은 수출기업이 원화로 바꾸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 달러를 뜻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은 AI 투자심리와 외국인 주식 수급이 단기 등락을 좌우할 것”이라며 “미국 정책 불안과 달러 반등 가능성이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위험회피 심리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더라도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상승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에도 AI 거품론이 확산하면서 외국인은 닷새간 국내 주식 7조26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월 31일 1424.4원에서 11월 7일 1456.9원으로 일주일 새 32.5원 급등했다. 반면 올해는 10월 30일 1334.3원에서 11월 6일 1356.6원으로 22.3원 올랐다. 상승 폭이 지난해보다 10.2원 작았다.
다만 연말까지 원화값이 안정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배당금의 해외 송금까지 예정돼 있어서다. 씨티은행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배당금 44조1000억원 가운데 외국인 몫을 22조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세금을 제외한 배당금의 70~90%가 해외로 송금되면 13조1000억~16조8000억원 규모의 달러 매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수출기업들이 내놓는 달러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