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세네갈·프랑스도 “우리한테 팔아줘” 줄선다…K패션의 위상

중앙일보

2026.11.08 12: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달 14일 경기도 판교디지털센터에서 마뗑킴의 ‘2027 봄·여름 시즌 해외 바이어 수주회’가 열렸다. 일본·중국에서 온 10여 명의 패션·유통업체 브랜드 매니저들이 카달로그에서 제품을 고르면 모델이 해당 옷을 입고 등장해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최현주 기자

지난달 14일 경기도 판교디지털센터에서 마뗑킴의 ‘2027 봄·여름 시즌 해외 바이어 수주회’가 열렸다. 일본·중국에서 온 10여 명의 패션·유통업체 브랜드 매니저들이 카달로그에서 제품을 고르면 모델이 해당 옷을 입고 등장해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최현주 기자

#1. 지난달 14일 오후 2시 경기도 판교디지털센터 회의실에 일본·중국인 1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한국 패션브랜드 ‘마뗑킴’의 ‘2027 봄·여름 시즌 해외 바이어 수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패션·유통업체 브랜드 매니저들이다.

한 매니저가 마뗑킴 제품 사진이 담긴 카탈로그에서 제품 하나를 고르자, 잠시 뒤 여성 모델이 해당 옷을 입고 등장해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나 영상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실제 착용 실루엣(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이날 중국의 한 유통업체 소속 브랜드 매니저는 “(마뗑킴 옷들이) 중국 매장 판매 2주 만에 1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라 바로 내년 시즌 판매할 제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마뗑킴을 운영하는 하고하우스 홍정우 대표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네갈·불가리아에서도 먼저 연락이 와 현재 9개국에 32개 매장을 열었다”며 “6~7년 전만 해도 우리 옷 좀 사달라고 나라들을 찾아다녔는데 지금은 바이어 요청이 쇄도해 한국에서 연간 4회 수주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2. 지난 2007년부터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수주회를 열고 있는 헤지스는 지난해부터 개최 장소를 한국으로 바꿨다. 과거 17년 동안 제품을 팔 국가를 찾아갔지만, 최근엔 각국에서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국으로 여러 나라의 바이어를 초청하고 있다.

지난 8월 개최한 수주회에는 중국·대만·베트남·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프랑스까지 13개국에서 바이어들이 몰려왔다. 안용섭 LF 해외사업부장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며 1조원을 돌파했다. 패션 강국 프랑스에서도 찾아오는 걸 보며 달라진 위상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변방국’이었던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K뷰티에 이어 K패션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패션 종주국인 프랑스·이탈리아·미국 등지에서도 옷·가방 등을 사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의 해외 직접 판매액(역직구)은 923억원으로, 화장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런 흐름은 해외 매출 상승세에서 체감할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인 ‘준지’의 올해 가을·겨울 시즌 홀세일(해외업체 도매 판매) 수주액은 전년 대비 55% 늘었다. 내년 봄·여름 시즌 홀세일 수주액도 전년보다 26% 성장했다. 헤지스의 올 상반기 러시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중국 매출은 20% 늘었다.

그동안 세계 패션 시장에서 한국은 변방국이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패션 시장이 형성됐고 영업사원들을 유럽이나 미국으로 파견해 ‘우리 제품을 사달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최근엔 전 세계에서 ‘제품을 우리에게 팔라’며 한국으로 몰려온다.

10일엔 프랑스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마랑’의 최고경영자(CEO)인 캐서린 자케가 한국을 찾는다. 한국에서 ‘2027 봄·여름 컬렉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 위해서다. 자케 CEO는 한국 내 주요 매장을 둘러보며 한국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이자벨마랑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런웨이 트렌드와 한국 소비자의 취향이 만나는 지점을 살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중구 명동의 헤지스 플래그십 매장에 열린 수주회에 참석한 인도 바이어들의 모습. 이번 수주회에는 중국·대만·베트남·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프랑스까지 13개국에서 바이어들이 몰려왔다. 사진 LF

지난 8월 서울 중구 명동의 헤지스 플래그십 매장에 열린 수주회에 참석한 인도 바이어들의 모습. 이번 수주회에는 중국·대만·베트남·태국 등 아시아는 물론 러시아·프랑스까지 13개국에서 바이어들이 몰려왔다. 사진 LF

K패션 인기에는 K컬처의 역할이 컸다. 인기 아이돌이 입은 옷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레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무신사와 W컨셉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하고, 롯데백화점 등 한국 백화점들이 해외에 점포나 팝업 등으로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면서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크게 넓어졌다.

미스토홀딩스(옛 휠라홀딩스) 홍콩법인 소속 니콜 리 상품기획자(MD)는 “K팝 아이돌과 현지 인플루언서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며 “홍콩 주요 쇼핑몰에 매장이 생기면서 접근성도 좋아져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창적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도 K패션 인기 이유다. 태국 최대 유통·리테일 기업인 센트럴의 팟트라폰 탑팀타이 MD는 “트렌디하면서 실용적인 디자인에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 맞물리면서 처음엔 호기심에 구입했던 수요가 재구매로 이어져 충성 고객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임선영.강보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