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는 사랑을 갈망하는 연인들의 성지다.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곳도, ‘냉정과 열정 사이’의 아오이와 준세이가 만난 곳도 피렌체다. 피렌체는 이방인들도 누구나 설레는 사랑을 가슴 가득히 간직하고 돌아가게 되는 곳이다.
산 조반니 세례당을 나오면 왼쪽으로 우뚝 서 있는 건축물이 피렌체의 상징인 대성당(Duomo)이다.
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 1296년부터 14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된 르네상스 건축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카라라(Carrara)에서 가져온 백색 대리석, 프라토(Prato)의 녹색 대리석, 시에나(Siena)에서 가져 온 분홍색 대리석을 사용한 건축물은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다.
그러나 두오모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피렌체 상공을 장악하고 있는 붉은 돔(Cupola) 이다. 돔을 건설한 사람은 피렌체 출신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였다.
바로 세례당 청동문 제작 경쟁에서 기베르티에게 패배했던 인물이다.
1401년 패배 후 블루넬레스키는 13년 동안 로마에 정착하여 판테온을 연구하는 한편, 이탈리아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원근법의 원리가 구현된 고대 그림을 관찰하고 공부했다.
브루넬레스키가 피렌체로 돌아오자 메디치 가문은 그를 영접하고 격려한 후 작업을 맡겼다. 그것은 선한자의 휴식처라 불리는 고아양육원(Ospedale degli Innocenti)의 현관이었다. 이 건축물은 피렌체에서 재현된 고대 건축물 제1호였으며, 정면으로 9개의 반원형 아치가 있는 건물은 유럽에서는 가장 오랜된 복지시설중 하나였다.
1418년 8월 피렌체에서는 대성당 돔의 설계안 공모전을 다시 개최하게 된다. 대성당은 짓기 시작한지 122년이 지났지만, 가장 중요한 돔은 아직까지 열린 상태로 있었다. 놀랍게도 이번 공모전에서도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의 설계안이 최종 후보로 뽑히게 됐다. 논란 속에 두 사람이 함께 건축장에 임명되어 일을 시작하지만, 기베르티는 로마에서 건축과 공학을 열심히 연구한 브루넬레스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결국 건축장의 책임을 모두 맡게 된 브루넬레스키는 우산살처럼 생긴 8개의 석재 뼈대와 400만개가 넘는 붉은 벽돌을 지그재그로 이중 어긋쌓기 해 장력으로 서로 잡아 당기게 했으며, 강력한 모르타르(시멘트)는 돔 위에서 배합하여 벽돌에 사용하도록 했다.
기둥 없이 거대한 돔을 짓는 것은 건축학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고안해 낸 건설장비를 이용 3만 7000톤 무게의 구조물을 쌓아 올리며 공사를 끝냈다.
이렇게 해서 두오모가 착공된 지 140년이 지난 1436년, 그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재 돔으로 등재된 피렌체 두오모 돔이 탄생한 것이다.
1446년 브루넬레스키가 영면하자 시회는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지하납골당(Cripta)에 그의 유해를 안장시키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피렌체 출신의 예술가 중에서는 브루넬레스키가 유일한 것이다. 또한 피렌체시에서는 두오모 돔을 바라보고 있는 건물 아래에 브루넬레스키가 앉은 자세로 돔을 올려다보고 있는 동상까지 세워주었다.
대성당에는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돔, 조토의 종루, 지하납골당, 박물관, 세례장 등이 있다. 입장료는 돔(Cupola)과 박물관(Museo dell’ Opera del Duomo)만 가려면 11유로, 박물관 +조토의 종루+지하납골당+산 조반니 세례장은 15유로, 돔을 합친 다섯 군데 모두를 입장하려면 23유로를 내면 된다.
대성당으로 들어가면 중앙의 제단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상이 세워져 있다. 천장에는 1568년 바자리가 그리기 시작, 1579년 주카로가 완성한 최후의 심판(프레스코화)이 있고, 화려한 색상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미켈리노(Domenico di Michelino)가 그린 단테와 신곡(Dante and the Divine Comedy)은 대성당이 소장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미술품이다.
화려한 두오모 돔이 있는 피렌체를 배경으로 단테가 신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단테의 오른쪽에는 영원한 형벌을 받은 자들이 지옥으로 내려가고, 중앙에는 최종적인 구원을 받은 사람들이 연옥의 일곱 계단을 오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으로 그린 ‘용병대장 토렌티노’의 그림도 보인다. 트롱프뢰유는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철저하게 사실적 묘사를 한 그림’을 말한다.
조토의 종루는 흰색, 녹색, 분홍색 대리석으로 장식된 높이 84미터(276피트)의 높은 탑이다. 종루 꼭대기에 오르려면 414계단을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와야 하며, 엘리베이터는 없다.
꼭대기에서는 돔의 옥상 전망대에 오른 아오이와 준세이를 바라볼 수 있으며 피렌체의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360도로 돌아가며 감상할 수 있다.
조토의 종루에서 내려다 보는 피렌체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오모 돔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오늘은, 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