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2002년 영화 '베스트10']작품성.연기 뛰어난 작품 '풍성'

Los Angeles

2002.12.26 13: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02년 영화계는 흥행과 작품성 양면에서 풍성했던 한 해였다.

올 해 영화계 총 흥행수입은 사상 처음으로 90억 달러를 돌파했다.

소니는 ‘스파이더 맨’(Spider-Man)을 앞세워 여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고 워너 브라더스와 뉴 라인 시네마는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과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The Tow Towers)으로 겨울 시즌을 뜨겁게 달구었다.

연기와 작품성에서도 올 해 영화계는 풍성했다.

특히 연말 들어 쏟아져 나온 수작들은 지난 몇 년 간 나온 작품과 비교할 때 특기할 만하면 연기 면에서도 할리우드의 위력을 과시한 해였다.

연기에서는 새로운 얼굴보다는 니콜 키드먼이나 줄리앤 모어, 잭 니콜슨, 메릴 스트립 등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애덤 샌들러나 니콜라스 케이지는 흥행배우라는 틀을 벗어나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연기의 깊은 맛을 보여줬다.

‘마이 빅 팻 그릭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은 흥행 2억 달러를 돌파하는 괴력으로 인디 영화의 흥행성에 이정표를 세웠다.

멕시코 영화 ‘이 투 마마 탐비엠’(Y Tu Mama Tambiem)도 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외국 영화의 한계를 깨 주목을 받았다.

올 한 해를 빛낸 대표작 10편을 뽑아본다.



△천국에서 멀리 떨어진(Far From Heaven)〓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55년작 ‘순정에 맺은 사랑’(All That Heaven Allows)의 리메이크작. 토드 헤인즈 감독은 원작의 멜로 드라마에서 시대의 불길함을 예감한다.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완벽한 50년대의 풍경 속에서 헤인즈 감독은 흑백갈등과 민권운동, 동성애 같은 시대의 분열을 읽어낸다.

줄리앤 모어는 평온한 외양과 흔들리는 내면이라는 영화의 시각을 연기 안에 담아낸다.

원작의 인공적인 세트와 영상을 탁월하게 재현하면서도 그 의미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해 낸 것이 탁월하다.



△이 투 마마 탐비엠〓멕시코 출신 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와호장룡’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외국 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와호장룡’이 한 국가의 문화적, 정치적 배경과 무관한 비현실적인 시각적 환상으로 성공했다면 ‘이 투 …’은 정치적 은유도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섹스를 코믹하게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멕시코의 정치적 현실을 녹여낸 솜씨가 일품이다.



△슈미트에 대해서(About Schmidt)〓아내의 장례식을 치루고 딸의 결혼식을 눈 앞에 둔 어느 은퇴 노인이 쓰는 인생 여행기.

‘선거’(Election)의 알렉산더 페인은 무거운 소재를 무겁지 않게 전달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페인 감독은 인생의 황혼기와 가족의 갈등을 극적인 해피 엔딩과 화해로 마무리하는 감동 지상주의에서 벗어난다.

근엄한 표정을 짓지 않으면서 인생을 얘기하는 잭 니콜슨의 연기는 황홀하다.

△시간들(The Hours)〓7면 참조.



△어댑테이션(Adaptation)〓‘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에 이은 찰리 카프먼(시나리오)·스파이크 존즈(감독)의 합작품.

‘존…’가 현대인의 자화상을 무겁게 다룬다면 ‘어댑테이션’은 시나리오 작가의 고민과 갈등을 코믹하게 펼쳐놓는다. 소재의 무게가 전작에 비해 가볍게 보일지 모르지만 할리우드식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카프먼의 갈등을 진화론과 결부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피아니스트(The Pianist)〓7면 참조.



△센과 치히로의 모험(Spirited Away)〓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

테크놀러지에 몰두하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자연을 매개체로 한 상상력의 세계가 풍성하다.

자유롭게 상상의 세계에서 노는 어린이를 탐욕스러운 바보 어른들과 비교하는 형식을 통해 상상의 힘을 찬미한다.

요괴와 온천 등 일본의 전통을 상상력으로 풀어내 보편적인 세계로 끌어낸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대다가 돼지로 변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 된 놀이공원은 최근 일본의 불경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녀에게 말해(Talk to Her)〓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또 다른 영화적 승리.

식물인간이 된 두 여자를 간호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갈증을 얘기한다.

남자 간호사는 지극한 정성으로 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를 보살피고 사랑의 힘으로 발레리나를 깨어나지만 간호사는 사랑 때문에 죽음을 죽음을 맞이한다. 여자 투우사를 사랑하는 남자 기사는 간호사를 통해 사랑을 배우지만 동시에 사랑의 절망도 배운다.

두 쌍의 연인을 통해 알모도바르는 사랑을 목타게 찾는 이들의 갈증을 보여준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발레리나의 나신은 사랑의 모성애적 성격과 사랑의 풍성함을 잘 드러낸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1편인 ‘반지 원정대’에 비해 컴퓨터 그래픽(CGI)의 비중이 커지면서 장엄한 자연이 많이 축소된 것은 아쉽지만 원작의 정신인 권력에 대한 문제가 좀 더 부각됐다.

‘두 개의 탑’은 영화라는 매체가 쌓아온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어디까지 재미와 쾌락을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3시간에 이르는 상영시간 동안 계속되는 스펙타클은 영화가 최근에 이룩한 높은 성취를 보여준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학적 기술과 CGI를 통해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영상 기술은 영화라는 쾌락의 한 정점에 선다.



△피아노 교사(The Piano Teacher)〓54회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 냉정하고 매몰찬 피아노 교사 에리카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사랑의 욕망을 잔인할 정도로 철저하게 분석한다.

정신병적으로 단정한 모습을 강요하는 어머니의 감시 속에 포르노를 보거나 성기를 자해하는 변태의 세계로 빠져든 에리카는 한 학생의 평범한 사랑에 적응하지 못한다.

에리카의 변태적 사랑에 질린 학생은 잔혹하게 에리카의 사랑을 욕보인다. 사랑을 아름다운 감정이 아닌, 잔혹하고 파괴적인 감정으로 그리면서 이를 라흐마니노프와 슈베르트, 쇼팽, 베토벤 등 현란한 음악적 형용사로 감싼다.

에리카 역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는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안유회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