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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이야기꾼 아빠의 마법같은 인생, 당신은 믿을까?

New York

2013.10.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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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감동 영화 '빅 피시' 뮤지컬로
에너지 넘치는 연기, 눈 사로잡는 무대 돋보여
왜 이 작품의 제목은 '빅 피시'일까. 영화 속에 해답이 조금 보인다. 영화 에서 주인공 에드워드가 읽는 백과사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금붕어를 작은 어항에 두고 키우면 그냥 그 크기로 자라지만 아주 커다란 어항에 넣으면 수십배 크게 자란다고. 에드워드는 그 금붕어와 자신을 연결지어 조그만 고향 애쉬튼을 벗어나 더 큰 세계로 떠나고자 한다. 어릴 적 마녀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죽을 지 미리 알게 된 에드워드는 그 어떤 극한 상황에도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이렇게 죽지 않아'라고 외치며 험한 도전에 나선다. 에드워드는 이 여정 속에서 거인.인어.늑대인간 그리고 영원한 사랑 샌드라를 만나게 된다. 노년의 에드워드는 자신이 살아 온 삶을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며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만 그의 아들 '윌'은 그게 못마땅하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제발 진실을 말해달라"고 애원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과연 에드워드가 겪은 일들 그의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일까 거짓일까?

재치 넘치는 에드워드와 그의 흥미 가득한 이야기 이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사실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생 저 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삶을 어떻게 살아갈 지에 관한 꽤나 철학적인 이야기다. 작품은 작은 어항에 머무르려고 하는 아들 윌과 큰 어항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며 인생을 살아 온 '빅 피시' 아버지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통해 꿈을 크게 꾸고 사랑도 크게 하고 인생도 크게 살라고 이야기한다.

1998년 다니엘 월러스가 소설로 집필한 이 작품은 2004년 팀 버튼 감독이 이를 영화화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어 최근 10월 6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공식 오픈했다. 스크립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존 어거스트가 맡았으며 음악은 앤드류 리파가 만들었다. 연출과 안무를 맡은 '프로듀서(The Producers)'의 수잔 스트로먼의 지휘 아래 무대 위에서 더욱 큰 꿈을 펼치는 작품이다.



◆뮤지컬 하이라이트=공연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10대부터 60대 죽음에까지 이르는 인생을 한 무대에서 연기하는 두 배우가 하이라이트 그 자체다. 브로드웨이를 휘어잡는 '에너자이저' 노버트 레오 버츠가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 역을 맡았고 상대역 '샌드라 블룸'으로는 케이트 볼드윈이 나섰다. 자기 안방처럼 편안하고 맛깔나게 연기하고 노래하는 노버트 레오 버츠의 활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흡족한 공연이다.

둘이 첫 눈에 반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Time Stops'라는 곡을 비롯해 에드워드가 샌드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부르는 'Daffodils'라는 듀엣곡 등 음악도 아름답다. 에드워드의 청혼에 샌드라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잖아(You barely know me)"라고 하자 "앞으로 남은 평생 알아갈 수 있어!(I have the rest of my life to find out!)"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감상에 빠진다. 둘의 자연스러운 가창력과 귀를 감는 멜로디 그리고 눈을 사로잡는 무대 디자인이 어우러져 작품 속으로 더욱 빨려들게 만든다.

영상 프로젝션을 '마법처럼' 활용한 무대 디자인 또한 눈에 띈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프로젝션을 무대 장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만들었다. 벽지에 있는 물고기가 어느새 물결치며 움직이고 병원을 뛰어나가는 주인공들 뒤로 건물이 저 멀리 가듯 영상 속에서 움직인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프로젝션 기술 외에도 춤 추는 나무 횃불 연기 등 곳곳에 무대 연출과 관련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위트 있는 안무도 흥이 난다. 특히 'Be the Hero'라는 곡에 맞춰 추는 일종의 탭댄스 군무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판타지'라는 코드와 인생 사랑 꿈이라는 주제가 잘 뒤섞여 잔잔한 감동을 준다. '저게 무슨…말도 안돼'라는 시각은 잠시 접어두고 작품 속 드라마에 한껏 빠져보자. 공연장을 나서는 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하이라이트=이완 맥그리거가 젊은 에드워드를 앨버트 피니가 노년의 에드워드를 연기해 시간적 차이를 확실히 뒀다는 점이 뮤지컬과는 구분된다. 샌드라(제시카 랭 앨리슨 로먼)의 역할보다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하는 마녀(제니)의 비중이 크다. 이야기의 흐름은 뮤지컬과 살짝 다르지만 에드워드가 샌드라에게 한 눈에 반하는 장면과 프로포즈 장면은 감각이 넘친다.

서커스에서 샌드라를 보는 순간 에드워드의 시간은 멈추고 그는 정지해 있는 샌드라에게 향한다. 공중에 멈춰 있는 팝콘을 옆으로 비키며 샌드라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시간이 멈춘 길이만큼 그 뒤로는 빠르게 장면을 재생시키는 팀 버튼 감독의 센스도 돋보인다. 수선화를 좋아하는 샌드라를 위해 근처에 있는 수선화를 다 가져와 앞마당을 노란 꽃으로 가득 채운 에드워드 그리고 온통 얻어맞은 채 그 수선화밭 위에서 뒹굴면서도 그저 행복한 함박웃음을 짓는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일품이다. 서커스 단장 캘러웨이역으로 나온 대니 드비토의 연기 또한 감칠맛을 더한다.

이주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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