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혹은 겨울철 여행지로 미국에서 플로리다를 빼놓을 수는 없다. 플로리다는 12월에도 미국 땅에 여름이 공존한다는 걸 일깨워주는 곳이다. 플로리다의 북쪽은 아열대,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남부는 열대지방인 까닭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매력은 기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는 알래스카, 하와이 등과 더불어 미국에서 문화적, 생태적으로 가장 특색 있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미국에서 딱 1개의 주만 꼬집어 꼭 방문해야 할 곳을 꼽는다면 플로리다는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그만큼 독특하다.
# 아름다운 해안=플로리다는 해안선이 미국 본토에서 가장 긴 주이다. 서부해안을 따라 길게 자리를 잡은 캘리포니아도, 남쪽이 바다인 텍사스도 플로리다를 당하지 못한다. 동쪽은 대서양에, 서쪽은 멕시코 만에 접한 유일한 주이기도 한 플로리다의 해안선 길이는 1400마일에 육박한다.
헌데 해안선이 단순히 길기만 한 게 아니다. 주옥 같이 아름다운 해변이 널려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멕시코 만을 따라 난 해변 백사장의 모래는 질적으로나 미적으로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으뜸으로 꼽힌다. 남쪽의 마이애미 근처 해안의 아름다움 또한 두 번 얘기할 필요가 없다.
# 팔색조 같은 다양성=플로리다는 한반도 보다는 작지만, 남한의 1.7배에 달하는 제법 큰 땅덩어리로 이뤄져 있다. 기후 권역으로는 아열대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인적이나 문화적 다양성만큼은 다채롭기 짝이 없다. 플로리다는 미국 남동부의 맨 끝자락에 위치하는데, 인근의 조지아 주나 사우스 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등과는 전반적으로 정치 성향이 판이하다. 선거 때면 '스윙 스테이트'로 큰 관심을 받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같은 플로리다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색깔 차이가 크다. 플로리다 북서부, 즉 주도인 탤러하시가 위치하는 지역은 남부적인 느낌이 강하다. 반면 플로리다에서 단일 도시로 인구 규모가 가장 큰 잭슨빌은 남부해안 도시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반면 메트로 인구가 가장 큰 마이애미 일대는 흡사 카리브 해 혹은 남미의 한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묻어난다.
# 가볼 곳이 너무 많아 탈=플로리다에는 가볼 만한 곳이 지천이다.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꼽히는 세인트 오거스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또 겨울철이면 피한 휴가지로 인기가 높은 올랜도 일대도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월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테마 공원이 밀집해 있다. 춥지 않으면서도 한적한 겨울 바다를 음미하고 싶다면 탤러하시 서쪽, 펜사콜라 남쪽의 해변이 그만이다. 연인이나 부부가 같이 찾기에 딱 좋은 곳들이다.
사시사철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이애미 일대도 빼놓을 수 없다. 플로리다 전체에 걸쳐 라틴계 인구가 많지만, 특히 마이애미는 압도적이다. 이 밖에 해변 혹은 내륙에 산재한 골프장도 매니아들에게 군침을 흘리게 한다.
미국 최고의 게이 촌인 포트 로더데일의 바닷가도 방문해볼 만 하다. 또 은퇴자들이 많은 마이애미 북쪽의 팜 비치도 방문자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또 플로리다의 서해안 격인 멕시코 만에 접한 탬파 베이나 포트 마이어스 등도 들러보는 게 좋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가장 특색 있는 국립 공원으로 꼽히는 에버글레이즈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플로리다는 북쪽 일부를 제외하곤 주 전체가 해수면 보다 약간 높은 평지나 다름 없는데, 에버글레이즈는 광대한 늪지대로써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선풍기 모양의 커다란 팬으로 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보트들은 에버글레이즈 관광을 상징하는 아이콘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