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로 몇시간만 밖에 나가도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미국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다. 남쪽으로는 샌디에이고, 서쪽으로는 샌타모니카와 태평양 비치, 동쪽으로는 팜스프링스, 그런데 북가주와 남가주를 잇는 중가주에 대한 기억이 없다. 기억에 남고 추억에 남을 중가주, 특히 몬트레이 베이 인근 '17마일' 지역 명소 몇 곳을 찾아봤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수도 없이 많이 가본 사람들도 대개 5번 프리웨이를 이용한다. 하지만 소떼와 흙먼지 날리는 사막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는 데 실망하곤 한다. 5번 프리웨이 서쪽에 있는 US 101번 프리웨이쪽은 어떤가. 솔뱅과 샌타바버러, 피스모 비치, 아빌라 비치까지는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1박을 위해 101번을 이용한다면 17(세븐틴)마일 지역의 보석같은 곳은 지나칠 수밖에 없다.
이곳은 남쪽 샌타크루즈에서 100마일, 샌프란시스코에서 100마일 위치에 있다. 대부분 남가주 사람들에게 '17마일=페블비치'로 각인돼 있다. 페블비치라는 이름은 20세기 초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이 해변에서 파도에 마모된 보석같이 예쁜 조약돌을 주웠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남가주에 살면서 비치얘기하면 넓은 모래사장에 철썩대는 파도는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데 페블비치에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코를 자극하는 무엇인지 모를 냄새와 함께 뽀얀 바닷가의 흐릿한 안개는 드높은 산 정상같아 신비롭기까지 하다.
골퍼들은 모르겠지만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해변 좁은 길은 내로라하는 올레길을 울릴 것만 같다.
해변가 바위에 독야청청 서있는 사이프레스 나무 나이가 250살로 50년 밖에 더 살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100년중 75년이 됐다. 이 나무와 그 뒤에 펼쳐진 바다가 50년 후엔 어떻게 될까. 17마일이라지만 제대로 걷고 느끼고 사색하기 위해선 30마일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몬터레이
101 프리웨이를 타고 지나다보면 몬터레이 카운티에는 수많은 포도밭이 눈에 띈다. 나파밸리 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몬터레이 인근에는 양질의 포도주, 제법 유명한 포도주 산지로 역사도 오래다. 물론 시음 방문도 환영한다.
현지에서 만난 방문자들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가 특유의 맛이 남다르다고 주장했다. 카멜 밸리 로드를 타고 남동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수족관)도 머스트시(Must See) 명소다. 물탱크가 80개가 넘고 크기로 손꼽히는 100만 갤런짜리 수조에 바다거북이 헤엄쳐 다닌다. 5500종의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고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카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미관을 갖춘 도시로 중심가인 오션사이드 애비뉴 양쪽의 500여개 점포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고급 미술품이 있고 온갖 장식품, 의상이 즐비하며 어디든 화랑에 들어가면 시간가는줄 모를 화가들이 작품이 입을 다물 수 없도록 감동을 준다. 모든 점포를 모두 둘러볼 수는 없겠지만 한나절쯤 살펴보는 것이 평생에 후회가 없다. 바닷가에서는 멀리 페블비치가 보이고 선셋도 장관이다.
◆살리나스
살리나스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바로 국립 스타인벡 센터다.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을, 제임스 딘의 영화로 유명한 '에덴의 동쪽'의 원작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존 스타인벡을 기념하는 곳이다. 1998년에 건립됐다.
몬터레이의 포도밭과 노동자가 없었으면 분노의 포도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이 공개됐고 미국의 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그의 생애 비디오와 그의 작품 세계, 영화화된 그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101 프리웨이를 지나면서, 페블비치를 방문하면서, 카멜의 고급 상가도 좋지만 미국인들의 '국민 작가' 기념관도 빼놓지 않는 것이 좋다.
◆숙박 문제
풍광이 좋고 휴식에 안성맞춤인 이 지역은 각종 행사가 연중 열려 숙박비가 싸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2012년) 한인 부부가 이 지역의 '하워드 존슨 마리나'를 인수, 한국및 남북가주에서 이곳을 찾는 한인들에게 관광안내도 해주고 숙박료도 배려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