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캐릭터에 깨알 웃음까지…역시 '수퍼히어로'
토르2: 다크 월드(Thor: The Dark World)감독: 엘런 테일러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장르: 액션, SF
등급: PG-13
또 수퍼히어로다. 이쯤되면 지칠때도 됐다. 할리우드에서 지구를 지키는 수퍼히어로들의 인기가 떨어진 적이 언제 있기나 했었냐만은, 그래도 지난해 '어벤저스'로 정점을 찍은 초능력 영웅들의 활약상은 이젠 좀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온다. 올해만 해도 아이어맨과 수퍼맨이 다시 나왔고, 내년 초에도 캡틴 아메리카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DC코믹스판 '어벤저스'가 될 '저스티스 리그'에 관한 소식도 끊이질 않고 흘러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다. 이 수퍼히어로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또 다른 외계 침략과 초능력 영웅의 활약상을 새롭고 재미있게 느끼도록 할 것인가 하는 게 관건이다. 거기서 실패해 '수퍼히어로 불패신화'를 깨며 쓴 맛을 봤던 2011년작 '그린랜턴'의 흥행참패가 좋은 본보기다.
'토르2: 다크월드(Thor: The Dark World)'는 그런 면에서 퍽 무난하고도 안전한 영화다. 스토리적으로는 흥미 거리 될 만한게 없다. 우연한 기회에 어둠의 종족 다크 엘프의 무기 에테르를 몸에 흡수하게 된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를 구하기 위해 다시 지구로 내려온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그녀를 아스가르드로 데려가는데, 그 곳에서 오랜 봉인에서 깨어난 다크 엘프의 수장 말레키스와 우주의 운명, 지구의 안전을 건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대충 들어도 특별한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전개될까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대부분의 수퍼히어로 영화가 그렇듯, 영웅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우주를 구해낼 게 뻔하니까.
하지만 '토르2: 다크월드'는 영리하고도 재기발랄하게 그 뻔한 스토리를 포장해냈다. 전편의 색채를 그대로 가져가되, '어벤저스'를 통해 확장됐던 이야기의 스펙트럼을 그대로 녹여냈다. 예를 들면, 제인 포스터가 오랜만에 눈 앞에 나타난 토르에게 '왜 이리 소식이 없었냐'며 따귀를 때리면서 '너 뉴욕에 왔던 걸 TV 통해 다 봤다'고 말하는 식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어벤저스'의 스토리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캐릭터에겐 그 인기 요소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장면을 대폭 늘려줬고, 1편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깨알 유머는 곳곳에 더 많이 심어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주인공보다 인기있는 악역 로키(톰 히들스턴)는 특유의 어두운 매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아스가르드의 감옥 속에서 비보를 듣고 피폐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배신의 아이콘'으로 서늘한 반전을 선사하는 모습은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제인 포스터역시 겁없고 왈가닥인 성격을 전편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외계의 아스가르드 행성에 가서도 그 누구에게조차 주눅들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드는 성격이나 곳곳에서 살벌한 전투가 일어나는 데도 거리낌없이 특수 장비를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녀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보는 이의 허를 찌르는 깨알 유머는 '토르2:다크월드'의 최고 매력이라 할 만하다. 특히 전편에 이어 지구에만 내려오면 위엄있는 신에서 초라한 허당 총각이 돼 버리는 토르의 좌충우돌은 객석에 사정없이 웃음 폭탄을 투척한다. 실내에 들어가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해머를 고이 옷걸이에 걸어놓고, 외계인들과 싸우던 곳까지 돌아가기 위해 길을 물어 지하철을 타는 이 물색없는 천둥의 신에게, 그 누군들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결국 영화의 태생인 만화책 속의 본질로 돌아가 만들어 놓은, 가장'코믹북'스러운 장면들이 영화의 매력지수를 대폭 올려놓은 셈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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