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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역사를 바꾼 30대 사건]장안의 네스토리안 선교단

Washington DC

2003.02.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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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동방기독교 처음 전파
 중국 당나라(618-907)의 두번째 황제 태종(624-649)의 재위기간였던 635년. 아시아 기독교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사건이 장안(長安)에서 일어났다. 당나라 수도에 페르시아에서 파견된 ‘동방의 기독교’, 즉 네스토리안(Nestorian) 선교단이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알로펜(阿羅本)이라는 페르시안 출신의 사제가 이끄는 선교단은 당태종의 환대속에 기독교경전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이들의 종교활동은 대진사(大秦寺)라는 장안의 수도원에서 계속됐다. 수도원에는 21명의 정규 수도사들이 상주했다고 한다. 744년 두 번째 네스토리안 선교단이 페르시아로부터 도착했다. 두번째 선교단 역시 당나라 황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장안에서 활발한 종교활동을 계속했다. 네스토리안 기독교와 당나라 황실간 밀월관계는 845년 발생한 대규모 종교탄압때까지 지속됐다.

 네스토리안 기독교의 중국 선교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1625년경, 서안부(西安府)에서 발견된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라는 기념비석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기념비석의 내용을 판독한 결과 이 비석은 781년, 칭칭(景淨)이라는 또다른 페르시아 출신의 대진사 수도원장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에서의 네스토리안 기독교 활동은 1908년 프랑스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된 돈황의 고대 문서와 당왕조기록을 통해서도 그 역사적 존재가 확실하게 입증됐다. 중국의 기독교 역사는 이미 7세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7세기 중반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네스토리안 기독교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와 관련, 알아두어야 할 동방 기독교의 중요 인물이 있다. 그는 428년 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로 임명됐다가 431년 에베소 종교회의에서 이단으로 축출당한 후, 451년경 이집트사막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한 네스토리우스(Nestorius)라는 인물이다.

 네스토리우스가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로 임명되었을 때, 그가 속해 있던 동방 기독교는 안디옥과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두개의 다른 신학체계로 대립되어 있었다. 양 진영간 쟁점은 성모 마리아의 위치에 대한 해석이었다. 신학적으로 안디옥진영에 가깝던 네스토리우스는 성모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Theotokos)로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설교를 했다. 이러한 네스토리우스의 견해에 대해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 시릴(Cyril of Alexandria)은 에베소 종교회의에서 네스토리우스의 견해를 통렬히 공박했다.

 네스토리우스와 시릴 양편이 상호 주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이 패거리 싸움으로까지 번지자 로마황제는 양측 모두를 추방, 분쟁을 무마하고자 했다. 이후 네스토리우스의 신학적 견해는 이단으로 정죄되어 동방 기독교에서 추방됐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해 추호의 양보를 거부하던 알렉산드리아 교회 또한 동방교회에서 탈퇴, 자신들만의 독자적 교단인 이집트 중심의 곱틱교회(Egyptian Coptic Church)를 형성했다.

한편 이단으로 축출당한 네스토리우스 신학은 페르시아제국의 기독교인들에 의해 동쪽으로 퍼져나갔다. 어찌 보면, 네스토리우스 신학은 서방교회와 동방교회 양쪽으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아시아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때문에 서방 기독교인들은 페르시아 제국과 그 동쪽 너머 아시아 지역의 기독교를 통칭해 ‘네스토리안 교회’로 부르게 됐다. 아시아 초대 기독교회의 역사는 결국 네스토리안교회의 역사며, 635년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 도착한 기독교 선교단 역시 네스토리안 기독교의 일원이었다.

 그렇다면, ‘동방의 기독교’로 불리던 네스토리안들은 과연 이단이었을까? 네스토리안 선교사 칭칭(景淨)에 의해 씌여진 ‘대진경교유행중국비’의 첫 구절은 하나님과 천지창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볼지어다, 그 분은 오직 한분이시며 변치 않으셔서, 창조되지 않으시고, 모든 근원의 참 근원이 되시는도다. 그 분은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으며, 그 분은 어느 누구도 감히 바라볼 수 없도다. 그러나 그 분은 신비롭게도 모든 만물의 최후가 되시며, 태초의 모든 신비를 가지신 분이시도다. 그 분은 모든 세상을 창조하시되 모든 신성한 것을 그 발 아래 두셨으며, 그 분만이 우주 만물의 창조주이자 참 주인되시도다. 이 분이 바로 우리들의 하나님(Aloha), 우리들의 삼위일체 되신, 신비 그 자체, 우리들의 창조되지 않으신 진실된 구주가 아니던가! 만물을 만드신 다음, 그 분은 마침내 인간을 창조하셨도다.”

이 글을 통해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아시아대륙에 처음 소개됐던 네스토리안 기독교인들의 삼위일체에 근거한 전통적이며 지극히 성경적인 기독교 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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