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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채소'의 놀라운 맛…요리의 고정관념을 깨다

Los Angeles

2013.11.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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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구이, 새로운 식감에 도전한다
종류 따라 맛·향 더 강해
영양소 손실은 거의 없어
가지는 구울수록 단맛 내
늦가을 오후, 어느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나무 태우는 연기. 그 갈색 냄새도 바람을 따라 운치있게 다가온다.

가을은 태우는 향기가 어울린다. 볕 좋은 날, 굳이 많은 음식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고기와 몇 가지 채소만 있어도 작은 마당엔 풍성한 가을 식탁이 찾아온다.

향이 가득한 채소를 갈색으로 구워 보자. 차라리 고기는 고명으로 하되, 모둠구이 채소를 주요리로 장만해 보자.

고기 옆에 끼여 곁들여지던 채소라고 아무렇게나 조리하면 그 진가를 맛볼 수 없다. 잘 구운 채소 하나가 그 어떤 요리보다도 강력한 맛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뜨거운 불에서 굽는 채소가 때론 맛과 향도 강하다. 구워야 맛도 영양도 제대로인 채소는 다른 음식에서 섭취한 영양소의 흡수까지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조리 도구별 알맞은 채소

채소를 구울 때 중요한 것은 각 채소의 특성에 맞는 조리기구를 잘 선택하는 것이다.

수분이 많은 채소는 그릴이 잘 맞는다. 불 위에 망을 얹어 굽기 때문에 직화와 닿아 겉은 바싹 익고 안쪽은 채소의 수분이 끓어오르며 익는다. 불에 직접 굽기 때문에 영양소의 손실이 거의 없다. 가지나 파프리카, 버섯, 양파, 고추 등이 적합하다.

기름과 합쳐져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채소는 프라이팬에 굽는다. 겉과 속을 빨리 익히는 데 알맞는 조리 방법으로 단단하고 수분이 적은 뿌리채소가 적당하다. 당근과 연근은 프라이팬에 구우면 단맛이 더 좋아지고, 애호박, 우엉, 브로콜리, 양배추, 콩류 등이 적당하다.

오븐은 뜨거운 공기로 익히기 때문에 열이 골고루 전달돼 수용성 영양 성분이 많은 채소의 영양 손실을 최소화해 준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넣어야 수분의 손실 없이 빠르게 구워낼 수 있다. 양파, 단호박, 아스파라거스, 마늘, 토마토, 고구마 등은 오븐에 구워야 좋다.

◆각 채소별 굽는 방법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므로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발라가며 굽는 것이 포인트. 섬유조직이 단단해져 비타민E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항암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은 수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물에서 조리하면 영양소가 손실된다. 센불에서 재빨리 구워낸다.

호박은 단단한 채소이지만, 너무 익히면 흐물거려 아삭한 맛이 없어진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중간 불에서 빨리 구워낸다. 이렇게 조리하면 지용성 비타민A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구울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당근은 수분이 적고 단단하므로 가늘게 잘라서 굽는 것이 적당하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간불에서 익힌다. 비타민A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오이와 함께 볶는 것은 좋지 않다.

당근의 아스코르비나아제는 오이의 비타민C를 파괴한다.

연근은 불을 만났을 때 탄닌, 철분, 칼륨 등의 무기질 영양소들이 활발해진다. 얇게 썰어 기름을 두른 후 천천히 굽는다.

아스파라거스도 지용성 비타민이 많아 굽는 것이 좋다. 굽기 전에 밑동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야 소화 흡수를 도울 수 있다. 강한 불에 재빨리 익혀낸다.

토마토는 라이코펜이라는 영양소가 구워먹을 때 흡수율이 5배 이상 강해진다. 라이코펜은 심장질환과 유방암에 효과적이다.

센불로 속까지 익혀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토마토는 산 성분이 많아 알류미늄 조리기구에 사용하면 안 된다.

버섯의 영양소도 수용성이다. 구우면 수분이 증발하고 감칠맛이 높아지고 식감도 쫄깃해진다. 강한 불에서 빨리 익혀야 물컹거리지 않는다.

◆요리수첩

▶구운 채소에 어울리는 소스

땅콩 소스= 땅콩버터 반 컵에 청주, 올리브유, 식초,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생강

가루를 넣어 잘 섞는다. 맛이 강하면서도 고소해 채소와 잘 어울린다.

부추간장소스= 간장 4큰술에 송송 썬 부추, 맛술, 마늘,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 신선한 부추의

맛이 단맛을 내는 구운 채소와 잘 맞는다.

매운 오일 소스= 올리브유 4큰술에 레몬즙, 마늘, 베트남 고추, 소금, 통후추 약간을 넣어 구이용 소스를 만든다. 구울 때 잘 발라주면 풍미도 좋아지고 지용성 영양소의 흡수율을 도와준다.

발사믹 소스= 가장 간단하면서도 구운 채소와 잘 어울린다. 주키니 호박이나 가지 등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머스터드 소스= 씨겨자와 상온에서 녹인 버터, 올리브 오일을 섞어 만든다. 씨겨자의 톡 쏘는 맛과 버터의 부드러운 맛이 어울려 구운 채소에 곁들이며 훨씬 산뜻한 맛을 낸다.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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