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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할렐루야 만물상 피터 유 사장

Los Angeles

2003.02.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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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안내하던 유사장(사진)의 아내가 묻는다.

“왜 그거 있잖아요. 저번에 들여온 골프채 어딨는지 알아요 .” 정확하게 언제 들어왔다는 건지, 어느 브랜드인지 말하지 않았는데도 유사장은 “3층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모퉁이에 은색 이태리 소파 세트 옆에 있잖아”라며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답한다.

“이 5층건물에 1만여가지의 중고 물품들이 들어앉아 있긴 하지만 그게 다 내손으로 갔다 놓은건데 그거 하나 기억 못할까봐”라며 반문하지만 묻는 족족 기억속을 헤집어 족집게처럼 물건의 위치를 찾아내는 유사장의 능란한 솜씨는 장삿꾼으로선 이미 경지에 오른 듯 했다.

10년전 일가붙이 한명 없는 이국 땅에 이민오자마자 시작한 이 만물상은 이제 번듯하게 자리잡아 한인 업소록은 물론 주류사회와 중국 타운의 옐로 페이지에도 명함을 내밀었다. 유사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해 묻자 그는 “10년째 만물상을 하면서 별별 고객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은 사업체가 망해 부인과 이혼하고 세간살이를 판 한인 중년 고객”이라고 소개한다.

“쫄딱 망했다며 정말 남김없이 다 팔았죠. 하도 사정이 딱해 2백달러를 더 쳐 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한 2년쯤 지났나 그 양반이 다시 자리잡아 아내와 재결합해 집을 샀다며 세간살이를 장만하러 우리 가게에 왔었죠. 그때 일이 너무 고맙다면서. 그땐 돈보다도 그 사람의 정리가 더 고맙더라구요.”

이렇듯 그가 파는 것은 중고물건 아닌 오래 묵은 사람 사는 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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