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엄! 너는 아주 예쁜 나의 새끼 고양이지! 근데 아들아, 갑자기 그건 왜 자꾸 묻는거니 ”
그러자 아들 고양이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볼멘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왜 아이들이 자꾸 날 보고 ‘개새끼’ 라고 부르지 ”
뉘앙스가 조금 다르긴해도 최근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 조크를 상기시키는 경험을 자주 한다. 분명 한국말 인데 전혀 들어보지 못한, 외국어와 다름없는 단어들 때문에 당황해도 행여 ‘외국물 먹은 고양이 새끼’라고 욕 먹을까봐서 제대로 되묻지도 못하고 겉으론 알아듣는 척 내색을 안하지만 속으론 무슨 말일까 잔머리를 굴려가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은 적도 많다. 내가 서울에서 살던 때는 ‘개인수표’는 커녕 만원짜리 지폐 조차도 쉽게 만져본 적이 없었다. 수 년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달러를 한화로 바꾸며 ‘개인수표’ 라는 것을 내미는 은행원에게 ‘이건 어떻게 사용하면 됩니까 ’ 하고 물었더니 대수롭지 않게 ‘현찰과 똑같이 쓰면 된다’ 고 대꾸하기에 부피 많은 현찰을 갖고 다니기 보다는 얇팍한 수표가 낫지 싶어 수표로 받았다가 뜻하지 않은 고생을 한 적도 있다.
물건을 구입하고 수표로 지불을 하니 ‘이서’를 해달라는 것이였다. 처음 들어보는 ‘이서’ 라는 단어가 이해가 되지않아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충 눈치로 수표 뒷장에 내 사인을 해서 건네주었더니 점원은 주민등록 번호와 집주소를 써내라며 짜증스레 다시 내 앞으로 수표를 내밀었다. 버젓이 똑부러지는 발음으로 멀쩡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받아본 적도 없는 외국 교포임네 어쩌네 하면서 독수리 여권을 들먹거리기도 무안하여 그 후 부터는 절대로 ‘개인수표’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의 한 구석 같아 편안해서 찾아갔던 ‘스타벅스’ 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종이 커피잔을 어떻게 버려야 하는 것인지 안절부절을 하고 갸우뚱 거리는 나에게 ‘소각 되는 휴지는 이곳에 버리시는 거예요’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준 점원에게 아주 바쁜일이 있는 척 ‘언니가 알아서 좀 버려줘요’ 하고는 도망치듯 커피숍을 뛰쳐 나온 적도 있었다. ‘소각’ 이란 말이 도통 감이 잡히지가 않아서였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1월 이곳 엘에이에서 한국 사람들과 같이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주인이 어찌나 음악을 크게 틀었는지 멀미가 날 정도 이길래, ‘음악을 이렇게 크게 틀면 골때리지 않아요 ’ 하고 물었더니 한 동행객이 갑자기 ‘푸하하하’ 웃으며 그럴 땐 골이 아프다고 하는것이지 골이 때린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머쓱해진 나는 음악이 하도 시끄러워 내 골을 때리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한 것 뿐이었다고 우겼다.하지만 그 말이 아니었던 걸 난들 모르랴. 나는 할 수 없는 1.5세 이민 교포, 멀쩡한 고양이 모습을 하고 야옹야옹 소리를 내면서도 ‘나 고양이 맞아 ’ 하고 자꾸자꾸 물어봐야 하는, ‘골때리는 고양이 새끼’일 뿐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