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전자오락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못지켜 미안하다. 네가 원하는 것을 사주기 싫어서가 아니란다.
엄마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전자오락 게임기가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다는 구나. 대신 다른 걸 사줄 생각이니, 뭐가 좋은지 생각해 보렴.’
밸리의 주모 S씨는 8학년짜리 아들에게 최근 이런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아들이 지금 사춘기 거든요.
최근들어 집안에서 이런 저런 일로 아들과 다툼이 부쩍 많아졌어요. 말로 했다가는 서로 얼굴을 붉히고 기분만 상할 것 같아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예상외로 효과가 좋네요.”
전자우편을 자녀 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특히 사춘기 전후의 자녀를 둔 집안에서 전자우편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건 구입 처럼 견해 차이가 있거나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안 등에 대해 자녀와 전자우편으로 대화함으로써 여러모로 바람직한 효과를 얻고 있는 것.
사춘기 자녀와 부모간의 언쟁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게 현실. 감수성이 워낙 예민한때라 남녀 할 것 없이 부모들과 종종 트러블을 일으키곤 한다.
부모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나 요구를 하기도 하고, 사소한 사안에 대해서도 갑자기 화를 내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는 등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
13살짜리 딸을 둔 40대 초반의 한 가장은 “학생 복장 치고는 딸의 옷이 조금 화려해 한마디 했더니 곧바로 반발하는 바람에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딸의 반발에 감정이 상해 자신도 모르게 심하게 꾸지람하면서 딸은 울고 말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런 경험은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너나할 것 없이 경험하는 통과 의례.
하지만 최근 컴퓨터에 친숙한 일부 부모들은 자녀와 전자우편 대화를 일상화함으로써 이런 다툼을 줄이고 있다.
전자우편 대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
글은 즉흥적으로 튀어나오기 쉬운 말과는 달리 충분한 사고가 담겨있어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또 젊은 세대가 활발히 이용하는 전자우편을 부모들이 사용함으로써 은연중에 세대간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다툴만한 사안은 물론 칭찬이나 꾸지람도 전자우편을 이용하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이는 구두계약과 문서계약의 효력 차이에 비교할 만한 것.
예컨대 자녀의 성적이 향상됐을때 칭찬을 한마디 말로 하면 공치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전자우편을 이용하면 훨씬 더 짙게 애정을 표시할 수 있다.
꾸지람도 마찬가지. 자녀들을 혼낼때면 아무래도 음성의 톤의 높아지고 얼굴 빛이 험악해질 수 있는데, 전자우편을 이용하면 이런 부수적인 감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의 꾸지람을 듣고도 기분이 덜 상한다.
자녀와 대화 외에도 전자우편을 이용할 경우 자녀와 친밀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컨대 인터넷 상에서 접한 재미있는 유머나 사진을 전자우편을 이용해 자녀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모와 자식간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것. 이런 류의 전자우편은 자녀 입장에서 부모를 또래 친구처럼 인식하게 하고, 부모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동 교육학자들은 “얼굴을 맞대는 대화와 함께 적절히 전자우편이나 편지 등 글을 이용해 자녀와 대화하면 효과를 더욱 높힐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