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드의 학설을 그대로 답습해서 유지해 온 학자들을 ‘정통파 분석가’ (Orthodox Freudian)라고 하는데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와 지난 세기 미국 정신과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학설을 변용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영시킨 일부 학자들을 ‘프로이드 후 분석자’(Post-Freudian Analyst)라고 부른다. 에리히 프롬은 이들 중 한명이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란 도시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났고 프랑크푸르트 대학에 다녔다.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24년부터 정신분석을 배웠다. (처음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중에는 베를린에서). 대부분의 정신분석자들은 정신과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프롬은 드물게도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정신분석 자였다. 그는 정신분석 말고도 사회학에서 이론정립가로 활약했다.
1941년 그는 처음으로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이란 책을 발간하면서 유명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우세하다고 알려진 독일인들이 어떤 이유로 열광적으로 히틀러를 지지하게 되었는지를 사회학적, 심리학적 견지에서 이론을 펼쳤다. 그는 글을 아주 쉽게 쓰지만 이론은 설득력이 강했다. 필자가 이 책을 대한 것은 박정희 군사독재가 강화되던 무렵인지라 유난히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1947년에 발행한 ‘자기를 위한 인간’(Man for Himself)에서는 인간의 성숙도에 따라 인격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1976년에 펴낸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에서는 인간 존재를 두 가지 모습으로 대비했다.
그는 프로이드의 ‘생의 의지’(Eros)와 ‘죽음의 의지’(Thanatos)를 '창조성' (Productiveness)과 ‘파괴성’(Destructiveness)로 대치했는데 1973년에 발간한 ‘인간 파괴성에 대한 해부’(The Anatomy of Human Destructiveness)는 인간의 파괴성을 파고든 역작이다.
파괴성은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고 파괴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런 것에 익숙해 있다. 학교에서의 왕따, 괴기영화 즐기기, 화학시간에 폭발물 실험, 총기에 대한 매력, 동물 학대 등. 그는 인간 파괴성의 본질은 Necrophilia라고 했다. 이것은 시체와 성교하는 시간(屍姦), 또는 시체를 옆에 두고 흥분해 저지르는 자위행위(시신 애착 증) 등을 말하는 성 도착의 한 형태를 말한다.
이런 도착증은 드문 것 같아도 조선조 현종 4년인 1668년 여성 시신과 성교하는 행위는 사형에 처한다고 한 점으로 보아 예전에도 있었고 근래에 이집트의회에서 이미 법제화되었는지는 몰라도 아내가 죽은 지 6시간 내에 그 시신과 성교를 허용하는 소위 ‘고별 성교 법’이 추진 중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