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58년 일본에서 태어났답니다. 한국에는 1963년에 왔죠. 사실 60-70년대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저한테서 나온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밤낮없이 돌아가던 공단의 밤참으로 저는 큰 인기를 얻었고, 불어터진 저를 먹어가며 한국의 언니 오빠들은 국가경제를 키워 냈으니까요.
한국인들이 밥과 김치 다음으로 사랑하는 음식, 저는 바로 라면이에요. 제가 한국에 온 지가 어언 40년.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라면 종류만 해도 3백 가지가 넘고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1년에 80개로 ‘라면 종주국’ 일본의 무려 2배, 바야흐로 저는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음식이 되었답니다.
요즘 저는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죠. 신세대 중에는 하루 한끼는 꼭 라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라면마니아’들이 적지 않거든요. 신세대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맛의 라면요리를 창조해서 저에게 큰 보람을 주고 있답니다.
빨갱이, 뽀그미, 사노라면, 테마뽕, 바다가육지라면…이게 뭐냐구요 모두 제 별명이라구요. 빨갱이는 얼큰한 육개장 라면이고, 뽀그미는 각종 야채와 탕수육을 넣은 영양라면, 테마뽕은 얼큰한 국물에 햄, 어묵, 만두 등을 넣은 짬뽕라면, 그리고 얼큰하고 시원한 해물을 넣은 바다가육지라면.
이 밖에 우유라면, 된장라면, 카레라면, 탕수라면, 버터구이라면 등 라면의 변신은 끝이 없답니다. 세계적으로 퓨전요리가 유행이라지만 저야말로 퓨전요리의 원조가 아닐까요. 김치, 만두, 떡, 카레, 치즈 등 어떤 재료를 만나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니까요.
요즘 본국의 대학가에는 특이한 라면만을 전문으로 파는 이색라면 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고, 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만의 라면요리 한가지 쯤은 갖고 있는 걸 보면 이제 라면은 신세대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은 셈이죠.
아직도 라면봉지 뒷면에 써있는 조리법 대로만 라면을 끓이신다구요 저를 한번 따라해 보세요. 오늘부터 즐거운 입맛이 펼쳐질 테니까요.”
<라면 새롭게 먹기 abc>
△면과 스프의 이색데이트 - 면은 안성탕면, 스프는 신라면, 이런 식으로 섞어 먹어보자. 각 라면마다 면과 스프에 독특한 개성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면 먼저 스프 먼저 - 라면을 끓일 땐 스프를 먼저 넣는다. 스프를 먼저 넣으면 물이 더 높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면발이 더욱 쫄깃해진다.
△다이어트도 되네 -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라면은 위험천만. 이럴 땐 면과 스프를 따로 끓인다. 면을 끓임과 동시에 스프물을 끓이고, 면이 익은 후 물을 버리고 찬물에 헹군다. 그리고 옆에 팔팔 끓고 있는 국물에 넣으면 칼로리 걱정 없는 다이어트 라면 탄생. 여기에 녹차 잎을 살짝 넣으면 맛도 깔끔하고 살찔 염려도 없다.
△면발이 꼬들꼬들 - 라면을 끓이기 전에 마이크로 웨이브에 면을 넣고 1분 정도 돌려준다. 기름기도 약간 빠지고 면이 꼬들꼬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