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실내 공기와의 전쟁이다. 추워지는 날씨에 창문을 꽁꽁 닫아두기 때문에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난방기구의 사용으로 실내는 더욱 건조해진다.
메마르고 텁텁한 공기에 노출되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바이러스에 그대로 노출되기 쉬워 계절성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연방 환경청(EPA)의 기준으로는 실내 습도가 30~50%일 때 가장 알맞다. 적절한 환기와 더불어 집안 가습에 더욱 신경 써야 쾌적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일정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데는 가습기만한 것도 없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과 관리 소홀 시 생기는 세균 번식의 부작용으로 전보다는 사용이 주춤해졌다. 그렇지만 위생적으로 잘 사용하기만 하면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떤 가습기가 안전할까
타운 내의 가전제품 업소에서는 소비자들이 일회용 생수병을 사용하는 소형 가습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통 속에 들어있는 세균의 위험을 줄이고자하는 이유에서다. 보통 이렇게 사용하는 가습기는 초음파형으로 물분자를 작은 알갱이로 쪼개어 날리는 방식이다. 가습량이 가장 풍부하고 관리가 편하기는 하지만, 순수한 수증기보다는 세균의 위험성이 있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끓여 수증기를 분무하기 때문에 안전하기는 하지만, 전력 소모가 많고 잔유물이 가습기 내에 쌓여 청소하기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기화식 가습기는 기존의 초음파 가습기와 가열식 가습기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 물을 끌어올려 부직포를 적셔 팬으로 말리면서 수증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채택한다. 세균이 제거된 수증기만 방출하기 때문에 안전하나, 분무량이 적고 필터를 자주 교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이런 가습기 대용으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에어 워셔'(Air Washer).
이 제품의 방식은 물레방아처럼 생긴 디스크가 돌아가면서 공기와 물을 접촉시켜 먼지는 빨아들이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다시 실내로 배출하는 자연 기화방식의 신세대 가습기다. 뿜어져나오는 물입자가 워낙 작기 때문에 세균이 달라붙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에어 워셔를 개발한 독일 벤타사의 제품이 미국 내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가습기의 안전한 사용 방법
무엇보다 끓여서 식힌 물이 세균 위험이 적다. 적당한 거리 조절도 중요하다. 가습기와 코와의 거리는 최소한 2m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코는 공기 중의 산소의 불순물을 걸러 깨끗한 산소를 폐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가습기가 뿜는 습기에 세균이 있으면 코의 점막을 자극해 코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좁은 공간보다는 넓은 거실이 적합하다. 뜨겁거나 차가운 수증기가 코로 바로 들어가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용을 자제한다. 많은 습기가 증가하면 체온을 빼앗아 감기에 걸리기 쉽다. 한 번에 3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사용 중에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준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물통을 살균 소독한다. 물통의 입구가 넓은 것을 구입하고 세척할 때는 세제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베이킹 소다, 식초, 소금 등을 한두 스푼 물에 녹여 헹구거나 뜨거운 물을 담아서 10분 이상 살균한다. 이때 사용하는 손도 반드시 깨끗이 씻는다. 가습기에 낀 하얀 가루와 갈색 얼룩은 '백화 현상'이다. 수돗물 속에 들어있는 물질이 굳은 것인데, 이런 경우 건강에 이상을 끼치지는 않는다. 정수한 물을 사용할 경우에도 갈변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천연 가습기 만들기
식물은 매우 훌륭한 자연 가습기다. 식물 잎 뒷면에는 기공이 있어 수분이 기체화되어 빠져나간다. 일반적으로 흡수한 물의 대부분이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적절한 습도가 유지된다. 이 때 공기 중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공기정화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식물이 증산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장미 허브, 제라늄, 애플민트 등의 허브류와 행운목, 베고니아, 무늬털 머위, 아이비, 벤자민 등의 관엽류가 증산작용이 뛰어나다.
숯도 위생적인 천연가습기. 숯을 깨끗이 씻어 그늘에 말린 뒤 물에 담가 사용하면 습도 조절은 물론 항균 기능까지 발휘한다.
참나무로 만든 백탄을 주로 사용한다. 솔방울도 천연가습기로 사용할 수 있다. 깨끗이 씻어 1시간 정도 물에 담가둔다. 그러면 솔방울이 물을 머금어서 꽃봉오리처럼 오므라든다. 그 솔방울들을 집안 곳곳에 놓아두면 솔방울의 물이 증발하면서 가습기 역할을 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활용하면 장식효과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