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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가게들]확실한 품질로 틈새공략 성공

Los Angeles

2003.03.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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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은 정확했다.

‘맛있다’고 소문난 가게들은 평일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과 말 한마디 건네기 힘들만큼 북적 거렸다.

이제는 한국에서 조차 만나기 힘든 상점들인 정육점이니, 건어물상이니 하는 가게들이 LA 한인타운 한 복판에 떡 하니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추억을 사고 파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확실한 품질로 대형 마켓들이 채우지 못하는 틈새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들어서자 마자 곳곳에 널려 있는 오징어며 쥐포에, 입구에 메주까지 한인들의 먹거리의 필수품을 파는 ‘쌍둥이네 청과물’, 깔끔한 한국 정육점이라고 생각 하면 딱 맞을 ‘웨스턴 초이스 정육점’,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앉아 순전히 손맛으로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상록수’ 등 소리없이 한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인타운의 크고 작은 이 특별한 가게들은 10여곳이 넘는다.

이곳에서 파는 상품들은 대부분 타운 어느 마켓에서나 구입 가능한 것들이지만 오랫동안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특별한 맛’ 때문이다.

‘일단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는 초이스 정육점은 농무부의 인증을 받은 얼리지 않은 프라임과 초이스 생고기만을 판매한다.

이 정육점에선 최근 녹차와 와인에 저린 퓨전 삼겹살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먹기좋게 얇게 썰어 놓은 초이스 차돌박이 역시 오랜 동안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왔다.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에서 아예 드라이 아이스 팩을 갖고 고기를 구입하러 오는 열성고객이 있을 정도인 이곳은 이미 고기 맛 하나는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은지 오래다.

박재우 사장은 “한인타운 마켓마다 육류가 없는 곳은 없다”며 “그러나 10년동안 우리 가게가 사랑받아 온 이유는 싱싱한 품질과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인기 비결을 설명한다.

실제로 이곳은 각종 로스구이감의 선명도가 뚜렷하고 LA 갈비는 거의 기름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손질을 해 고객을 맞는다.

값은 주인장이 확실히 추천하는 교토 프라임 살치살, 갈비살, 퓨전 삼겹살, 차돌박이 등은 가격이 좀 비싼 편이지만 버리는 것 없이 싱싱하게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센 편도 아니다.

이외에도 초이스 점육점에서 우골, 사골은 물론 흑염소 고기도 판매한다.

“한국에 가면 꼭 가져와야지”, “한국 사는 친지들 올때 부탁좀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먹거리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쌍둥이네 청과물은 LA 한인타운 올림픽가에 터를 잡은지 올해로 18년째에 접어 든다.

대형 마켓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봄내음 향긋한 달래, 한인 할머니가 직접 뜬 메주, 터키석처럼 반투명한 빛을 내는 햇곶감, 시애틀 고사리 등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도는 갖가지 한국산 먹거리들이 눈길을 끈다.

정기적으로 한국에 직접 나가 물건을 받아 온다는 최명석 사장의 상품엔 정성이 듬뿍 들어 있다.

상품화 돼기도 전 어촌에서 직접 받아왔는지 상표없이 비닐에 둘둘 말려 있는 마른 오징어와 한치는 없어서 못 파는 히트 상품.

또한 제철 과일인 딸기, 자두, 참외 또한 단골들에 의해 자리를 잡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단골들은 한결같이 ‘거래를 튼 지’ 10년을 훌쩍 넘긴 이들이었고 한결 같이 오면 꼭 사가는 물건들이 한두가지 씩은 있었다.

깨끗하고 손질할 필요없는 북어채는 그 어느 곳에 가도 구할 수 없어 반드시 이곳에서 사간다는 한 한인 고객, 15년째 과일만은 꼭 쌍둥이네서 과일을 구입해 간다는 고객에 이르기까지 단골들은 쌍둥이네 물건에 대한 예찬이 끊이질 않았다.

정육점과 건어물 외에도 한인 주부들이 즐겨 찾는 곳은 반찬 전문 업소.

문 연지 2년째 접어든 반찬·캐더링 전문업소인 ‘꼭지’는 화학조미료 안쓰고 정갈하게 만드는 음식 솜씨로 소문이 나 있다. 점심 식사용으로 주문 가능한 도시락에서부터 명태 코다리, 가재미 구이, 식혜 등 집에서 만드는 것 같은 가정식 반찬이 즐비한 이곳은 웬만한 반찬은 식구 수와 상관 없이 주문 할 수 있다.

10인분에서부터 2백~3백명 결혼 피로연 캐더링이 가능하며 그외에도 그날 그날 선보이는 밑반찬과 샐러드, 국, 찌게 등을 24시간전에 주문했다 가지고 갈 수 있다.

또한 한인타운 역사와 함께 해온 김순덕(76)할머니가 운영하는 ‘상록수’ 역시 오징어채, 홍어회 등을 사러 오는 주부들과 유학생들로 유명한 곳이다.

이외에도 김치로 유명하지만 김치 사러온 고객이 참기름과 구운김도 함께 사가는 개성식품, 정스프라이스 센터의 과일 아저씨도 이미 아는 한인들 사이에선 명성이 자자한 숨겨진 마켓중 하나다.

품질 하나로 승부하는 이들 작지만 특별한 가게들은 대형 마켓들이 하지 못하는 세심한 서비스로 틈새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글:이주현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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