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식탁은 언제부터인지 짠맛이 점령했다. 김치찌개·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이미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김치·젓갈·장아찌 같이 곁들여 먹는 반찬도 짭짤하다.
햄버거·피자·감자튀김·짬뽕 같은 가공식품에도 나트륨이 숨어 있다. 음식은 너무 짜서 못 먹겠다는 임계점 이전까지는 소금을 많이 칠수록 입맛을 당긴다. 짭조름한 맛이 주는 중독성도 있다.
나트륨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생활 속 저염 식탁 만드는 방법을 알아봤다.
혀 믿지말고 염도계 활용
혀에는 음식의 맛을 느끼는 맛 봉오리가 있다. 평소 짠 음식을 먹고 있다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다. 60세가 넘어가면 혀 맛 봉오리 감각이 줄어든다. 스스로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짜게 먹을 수도 있다. 염도계로 자신이 얼마나 짜게 먹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한다. 국이나 찌개류에 센서를 집어넣으면 곧바로 조그만 창에 뜬 염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음식이 뜨거울 때 간을 보면 싱겁게 느낀다. 충분히 식힌 후 간을 본다.
소금은 5%씩 천천히 뺀다
짠맛에 익숙해진 혀는 싱거운 음식은 '맛이 없다'고 판단한다. 소금 첨가량을 5% 정도 줄이면 입맛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행히 맛을 감지하는 맛 봉오리는 2~3주마다 새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3개월 정도 지나면 싱거운 음식에 익숙해진 새로운 맛 봉오리로 모두 교체된다. 이런 식으로 3개월 염도를 5%씩 줄여나간다. 1년 후에는 입맛의 변화 없이 현재 먹는 소금의 양을 15~20%까지 줄일 수 있다.
소금기가 많은 찌개·국·면류는 다 먹지 말고 건더기 위주로 골라 먹는다. 라면을 끓일 때는 수프를 다 넣지 말고 절반만 넣는다. 한국은 국물요리가 발달했다. 상대적으로 물이 많아 짠맛을 모르고 다 먹는다. 한국인은 주로 국물을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한다. 끼니마다 국물 1컵(200mL)을 줄이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자연 재료와 향신료를 이용
음식을 만들 때부터 소금 사용을 줄인다. 소금이 내는 감칠맛을 대체할 수 있는 자연 재료는 많다. 김장할 때 소금·젓갈 대신 황태·새우·멸치 등 천연 육수를 활용하는 식이다. 고추·마늘·파·카레·계피·후추·견과류·박하·로즈마리 같은 향료를 활용하면 염도를 낮추면서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이런 향료에는 다양한 식물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암세포를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외식 줄이고 소스는 찍어 먹자
식당은 음식이 짭짤해야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다. 매출을 위해 집보다 소금을 더 많이 사용한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음식별 나트륨 함량을 조사했는데 같은 김치찌개라도 집에서 만든 것은 나트륨 함량이 2000㎎인 반면 전문음식점에서는 3000㎎나 들어 있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사를 가정식이 아닌 외식을 하면 나트륨을 47% 더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념·소스를 뿌려 나오는 음식은 소스를 뿌리지 말고 따로 달라고 주문한다. 머스터드·마요네즈·마가린·버터·토마토케첩·굴 소스 등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음식에 뿌려먹기보다 찍어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염장·가공·인스턴트 피해야
염장·가공·인스턴트 식품은 나트륨 함량이 높다. 감자칩 한 봉지에는 나트륨이 2300㎎이나 들어 있다. 피자·식빵·소시지·햄·치즈도 2~3조각만 먹으면 금방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초과한다. 물을 많이 먹기보다 나트륨 절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선한 채소·과일 듬뿍 섭취
신선한 채소·과일은 대표적인 저염 식품이다. 또 칼륨이 풍부해 몸 속에 있는 나트륨 배설을 도와준다. 가능한 한 깨끗이 씻어 그대로 먹는다. 가공한 채소·과일은 가공 과정에서 나트륨 성분이 첨가될 수 있어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