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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캡틴 필립스

소말리아 해적의 소탕은 가능할까

영국 출신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액션영화 ‘본’ (Bourne) 시리즈의 2편 <본 슈프리머시> (2004년)와 3편 <본 얼티메이텀> (2007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장기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국제적인 난제들을 다루는 영화들에서 잘 드러난다.
영국과 아일랜드 분쟁을 다룬 <블러디 선데이> (2002년), 9.11 테러 때 납치됐던 또 한 대의 비행기를 다룬 <플라이트 93> (United 93; 2006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관한 <그린 존> (2010년)에 이어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다룬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를 발표했다.

2009년 소말리아 인근 해상. 소말리아와 우간다로 보내지는 구호물자를 실은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의 공격을 받는다. 1차 공격은 리처드 필립스 선장 (탐 행크스 분)이 침착하게 매뉴얼 대로 대처해 잘 피하지만, 2차 공격에 배 전체가 해적 네 명에게 점령 당한다. 그러나 해적 리더가 숨어있던 선원들에게 붙잡히면서 해적 일당이 모두 배를 떠나게 되는데, 필립스 선장을 인질로 잡아 함께 구명정에 오른다. 이 사실이 미 해군에 통보되면서 미 해군은 필립스 선장 구출작전을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국제적으로 큰 골칫거리다. 이 사건이 발발했을 때 전세계 매스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 건국 이래 미 국적의 배가 나포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 해군은 해적들이 요구하는 인질 몸값에 대해 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해군 특수부대 (Navy SEAL)의 투입을 준비한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긴장감을 유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폴 그린그래스의 탁월한 연출력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올려 놓는다. 현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의 75%를 바다 위에서 촬영하고, 핸드헬드 카메라의 사용을 대폭 늘리고, 편집에도 엄청난 시간을 투여해 관객은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 시시각각 전개되는 상황 변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가 자칫 택하기 쉬운 영웅 탄생 스토리로 흐르지 않고, 리처드 필립스 선장을 위기에 침착하고 원칙대로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 시킨 용감한 인물이지만, 대단히 희생적이거나 영웅적인 행동을 보인 것은 아닌, 가정적이고 평범한 인물로 묘사해 오히려 현실감과 설득력을 더 높이고 있다.

이 영화가 갖는 가장 큰 미덕은 균형잡힌 감독의 시선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소말리아 해적이라면 소탕돼야 할 악의 무리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사실은 어부였던 그들이 강대국 어선들의 어류 남획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자 생존을 위해 총을 들게 되었다는 대사를 삽입해,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해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아니다.
자기들을 구호하기 위한 물자가 실린 선박을 공격한 해적 리더가 자신의 꿈이 미국 가서 사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이러니와 함께 동정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탐 행크스의 뛰어난 연기는 이미 두 차례나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한 그에게 세 번째 트로피를 선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놀랄 만큼 실감나게 해적 역을 연기한 네 명의 배우들은 소말리아 출신이민자들 중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은 아마추어들이라 한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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