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정 루앙 프라방에서
이영묵 라오스 여행기<2>
창밖을 내려다보니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같았다. 루앙 프라방이란 황금 사원이라는 뜻인데 18세기까지 왕국 시대의 수도였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 행정의 중심이라 프랑스풍의 마을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비행기로 오후에 도착해 야시장 근처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야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11명이었는데 나는 한국의 절친한 친구와 둘이서 갔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많은 여행을 다녔고 또 상당한 수준의 미식가이자 맛을 아는 친구였다.
이 친구가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야, 확실히 프랑스 식민 시절이 남긴 것이 있구나. 작고 허술한 식당이라 별 기대 안 했는데 이 바게트 맛이 한국과 비교하니 정말 대단하다. 스파게티 소스도 맛있고. 나는 내일 오전에 사원 방문하는 일정을 빠지고 이곳 거리를 좀 더 돌아보아야겠어. 가이드에게 그냥 피곤해서 호텔에서 쉰다고 이야기해줘.”
식사를 끝내고 야시장을 거닐었다. 대충 5~10달러짜리 수공예품이 많았다. 그런데 이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었다.
가이드에게 들으니 유네스코 지정 마을이라 집을 부수고 현대식 호텔을 지을 수도 없어 민박이 많고, 옛 마을 집에서 사는 기분이 들어서인지 유럽, 특히 프랑스의 젊은 배낭족이 많이 온다고 한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우리는 소위 탁밧 행렬 구경을 갔다. 나는 참가도 했다. 3달러씩을 주고 찹쌀 한 바구니와 과자 한 바구니를 산 후 스님들이 오는 길목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스님들이 벌리는 밥통(?)에 찹쌀이나 과자를 조금씩 떼어 넣어주는 공양을 했다. 그런데 내 옆에는 공양하는 사람은 없고 커다란 빈 통만이 놓여 있었다.
나중에 보니 스님들이 받은 음식을 적당한 양이 차면 다시 그 빈 통에 던져 넣고 있었다. 그 빈 통은 가난한 사람, 고아, 노약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스님들이 공양받은 것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누구는 공양하면서 위안을 받고, 누구는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의미 있는 탁밧이었다.
호텔로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아침 시장을 둘러보았다. 옛날 우리 한국에 전통 시골 장터 같았다. 좀 색다르다면 두더지, 박쥐, 개구리 같은 것들을 식용으로 팔고 있다는 정도랄까.
나는 아침 시장에서 물건 구경하는 것은 물론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관찰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 라오스 종족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정부도 그냥 저지대 라오인, 구릉지 라오인, 고산지대 라오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라오스가 불교의 나라라고 하지만 인구 60~70%의 저지대 라오인들은 타이 사람과 70% 정도의 언어가 같고, 종교도 소승불교이나, 구릉지, 고산 지대 라오인들은 40개가 넘는 소수족에다 토속 종교를 믿고, 200개 이상의 부족 같은 개념으로 마을을 이루고 산다고 한다.
나는 좌판을 펼치고 있는 여자들을 열심히 보았다. 어찌 보면 한국 시골 장터에서 만나는 아줌마 같기도 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으니 한국으로 시집간 사람들 중 유독 라오스의 고산지대 여자들이 낳은 아이가 100% 한국 아이 같다며, 우랄 알타이족 일부가 중국 남부 지역에 살다가 한족에 밀려 이곳까지 왔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여인들이 보다 정감있게 느껴졌다.
아침 식사 후 우리는 왕궁 박물관, 씨엥통 사원, 왓 마이 사원을 둘러보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수바나 누봉 대통령이 베트남의 호치민과 무희 두 명과 함께 흥겨운 민속춤을 추는 사진과 그들의 연초인 4월 12일 마차에 싣고 시내를 돈다는 금불상(진본은 박물관에 보관)과 아주 사치스러운 금수레였다.
점심 식사 후 시내 중심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광시 폭포를 구경했는데, 그저 한가한 폭포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유럽에서 온 젊은 여성들의 놀이터 같았다.
저녁 노을을 감상하자며 루앙 프라방 중심에 있는 푸시산에 올랐다. 과연 아득한 마을 같은 모습이 하도 좋아서 나는 오래 머무르며 펼쳐지는 마을과 멀리 보이는 메콩강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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