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양으로 마시기보다는 분위기로 마신다. 연말연시의 그윽한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요란하게 밖을 나서기보다는 알뜰하게 차린 모임 상에 향긋한 와인 한 잔이면 근사한 홈 파티가 완성된다. 하지만 와인의 달인이 아니고서야 수만 종이 넘는 와인 중에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와인을 뜨문뜨문 대하는 초보자들의 경우는 와인 전문점의 진열장을 빼곡히 태운 와인들이 오히려 버겁기까지 하다. 바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주는 여유의 자리. 마음을 가까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나의 와인을 찾아보자.
◆초보자에게 어울리는 와인 찾기
유명하다고 집어든 와인의 마개를 따는 순간 너무 드라이해서 오히려 쓴맛과 떫은맛이 심하다고 여겨져 와인의 맛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처음 와인을 접할 땐 달콤한 화이트 와인(독일의 리슬링 와인이나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다스티)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향기로운 과일향이 맛있다는 느낌을 선뜻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맛에 익숙해지면 약간 단맛이 덜한 화이트 와인(캘리포니아산 샤도네)이 이상적이다. 상큼한 느낌과 오크통에서 숙성된 경우에는 바닐라 향기 등이 나면서 부드럽다. 해산물과 특히 잘 어울린다.
그 다음은 떫지 않은 가벼운 레드 와인(프랑스 보졸레 지방의 와인)을 접해본다. 보졸레 누보는 초보자들 사이에서 사랑받을 만한 화이트 와인같은 레드 와인이다. 이탈리아산 끼안띠는 저렴한 가격의 와인으로도 파스타와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좀더 단맛이 덜한 드라이한 와인에 익숙해지면 약간 진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한 레드 와인을 시도해 보라. 호주산 쉬라즈나 까베르네 소비뇽, 미국산 진판델 정도를 음미할 때가 되면 이미 초보자가 아니다. 이런 과정 뒤에 묵직한 느낌의 탄닌 맛이 강한 고급 와인(프랑스산 보르도 와인, 까베르네 소비뇽)들을 접하면 와인을 여유있게 즐기는 애호가가 된다.
▶초보자를 위한 추천 와인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이탈리아), 로미오&줄리엣· 블루런(독일), 샤또 몽페라, 이바치 키스 비달 아이스와인, 루 뒤몽 크레망 드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기
비싸다고 다 편한 와인은 아니다. 때론 프로모션하는 와인이 싼값에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와인이다. 대량으로 납품 받아 할인폭을 크게 잡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럴 땐 중간 정도의 가격을 고르는 것이 이득이다.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은 와인의 마개 상태가 청결한 것을 고르도록 한다. 내용물이 넘쳐 얼룩진 상품은 고르지 않는다.
음식과의 궁합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편하게 식사하면서 대중적이 와인을 마신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준비된 조화다. 고가의 와인이 아니라면 개봉 후 2~3일이 지나서 마시는 것도 무방하다. 특히 값이 싼 와인 중 떫고 신맛이 강한 와인은 하루 정도가 지나면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와인-색, 향으로 감상하기
와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는 개인의 취향이다. 특히 와인은 색깔과 향기와 맛으로 느끼기 때문에 테이스팅 감각력을 가지면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선별할 수 있다.
레드 와인은 포도 껍질에 포함된 색소의 양이 과즙에 얼마나 녹아있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추운 지방의 와인은 밝은색을 띠고, 따뜻한 지방의 와인은 색이 진하다. 또한 레드 와인은 숙성될수록 색이 진해진다. 화이트 와인은 색상의 강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맑기, 밝기에 따라 구별한다. 숙성될수록 깊은 색을 띤다.
와인의 향도 중요하다. 레드 와인은 포도의 숙성도에 따라 색이 밝을수록 라즈베리향이 나고, 색이 진할수록 블루베리향이 난다. 화이트 와인은 녹색이 강할수록 감귤류나 풋사과 같은 향이 나고, 노란색이 진할수록 복숭아와 같은 향이 나며, 짙은 노란색이라면 열대 과일의 향기를 품는다.
와인에서 '드라이'라는 용어는 '스위트'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단맛은 포도당의 잔여 당분이고, 드라이한 맛은 과일 알코올에서 오는 풍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