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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한인PC방에 미국인들 몰린다

네트워크 게임으로 미국인 10대 잡기

 2000년 이후 애난데일을 중심으로 급증한 PC방의 고객이 바뀌고 있다. 한국의 PC방을 모델로 이민자와 한국계 젊은이들만의 장소로 출발한 PC방이 국적 불문의 저렴한 놀이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만화방,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페어팩스 ‘뮤직 하우스’는 1998년 개업 직후 한인고객이 전부였지만 꾸준히 미국인 고객이 늘어나며 미국인과 한인 고객비율이 6:4 정도로 역전된 상황. 한인 PC방 증가 등의 이유로 한인 고객은 오히려 줄었다.

 가까운 메리필드의 한인업소 ‘사이버 그라운드’는 전체 고객의 90% 가량이 미국인이다. 인근 고등학교 학생 7백여명이 회원카드를 만들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단골’로 이 곳을 찾는다.

 ‘싸이 PC방’ 등 한인 왕래가 잦은 애난데일 지역 업소들도 비슷한 분위기. ‘화상채팅’ 등 한인을 위한 서비스를 특화했거나,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몇몇 업소를 제외하면 미국인 고객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한인 커뮤니티 휩쓴 PC방 열풍
 
 게임 ‘스타크래프트’ 인기와 함께 한국을 강타한 PC방 열풍이 워싱턴에 옮겨온 건 1998년. 페어팩스, 애난데일을 중심으로 ‘뮤직하우스’ ‘서울PC방’ ‘해피PC방’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고 불과 3년 만에 10여개 업소가 PC방 사업에 가세했다.

 애난데일 일곱 곳, 페어팩스 세 곳 등 이 지역에 밀집한 PC방은 현재도 모두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한인 업소 한 곳과 미국인 업소 두 곳이 함께 영업중인 센터빌과 매나사스, 우드브릿지 등 외곽 지역에는 최근에는 미국인 운영 PC방도 속속 개업하고 있는 분위기. 메릴랜드의 경우 락빌, 위튼, 글렌버니, 벨츠빌, 엘리컷시티 등에 광범위하게 한인 PC방이 퍼져있다.

 PC 방의 급격한 증가는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저렴하고 근무 여건이 안락하다는 특징과 함께, 무엇보다도 초기 1∼2년간 누렸던 폭발적인 인기에 기인한다. PC방 수를 손에 꼽을 정도였던 2000년도 까지는 게임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고객 수가 많았다.
  
 ■ 네트워크게임 미국 십대에도 인기
 
 PC방이 처음 소개될 무렵에는 한인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문화에 친숙한 유학생과 젊은 이민자들에게 한국 PC방을 본딴 워싱턴 PC방은 굉장히 반가운 장소였다. 게임과 함께 화상 채팅 등을 통해 한국의 친구, 친지 혹은 낯선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끌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비교적 높은 연령의 한인 고객 중에는 사이딩 등 노무직 종사자들이 많다. 날씨에 따라 작업 여부가 결정되는 이들 중 일부는 일이 없는 평일 PC방에서 보내곤 한다고.

 PC방 사용 연령층이 넓고 용도도 다양한 한인에 비해 미국 고객은 아직 고등학생 혹은 고등학교 때 게임을 즐겼던 20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다. PC방을 찾는 이유도 ‘카운터 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 등의 PC 게임을 친구와 네트워크로 함께 즐기기 위한 것이 대부분. 특히 방학, 휴일에 이들의 사용 비중이 높다.

 이들은 처음 1.5세, 2세 한인 친구들과 어울려 가게를 찾았지만, 이후 게임에 대한 재미를 붙이며 한인과는 독립적인 고객층을 형성했다. 한인 외에 단일계로는 베트남계 젊은이들의 PC방 사용 빈도가 높은 편. 이들은 많은 인원이 함께 업소를 찾고, 비교적 장시간 게임을 즐긴다고.
 
 ■ 애난데일은 포화 상태
 
 최근 몇년 사이 애난데일 등 좁은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PC방이 생기며 이 지역 업주들의 표정은 과거만큼 밝지 않다. 고객이 분산된데다, 깎아주기 경쟁 때문으로 사용료가 지나치게 낮아져, 수입 격감을 가져왔기 때문.

 PC방 진출 초창기 사용료는 시간 당 3∼4 달러선. 하지만 PC방 증가와 함께 현재 사용료는 2달러선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특히 업소가 밀집한 애난데일, 페어팩스 지역은 평균 2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일부 업소는 선불카드, 평일특별할인 등을 통해 시간 당 1달러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십대가 주류인 PC방 고객층은 연령대가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편.

 “시간 당 1달러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게 단말기 30여대를 갖추고 애난데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의 설명. 지난 해 사용료 1달러대의 타업소로 손님이 빠져나가며 한 달여간 1달러 특가를 유지했지만 “손님이 차도 남는게 없었다”는 게 이 업주의 말이다.

 특히 렌트비가 높은 애난데일 지역에서는 시간 당 사용료가 3∼4달러 이상은 되야 ‘비즈니스’로 제구실을 할 수 있다는게 PC방 업주들의 중론이지만, 깎아주기 경쟁은 좀 체 멈출 기미가 없다. 무리한 경쟁으로 경영난이 악화되며 애난데일 PC 방 중 일부는 이미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거나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와있다. 규모가 작은 업소일 수록 소폭의 매출 변동에도 타격이 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화 상태인 애난데일에 12월말 초대형 PC방이 추가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이들 업소들에는 악재. 12월말 오픈 예정인 이 업소는 다층건물에 PC방과 만화방, 당구장 등을 함께 운영하며 애난데일 놀이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PC방도 1백∼1백5십대로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 “미국 십대를 공략하라”
 
 일부 PC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업소 확장이나 개설을 염두에 둔 업주들은 여전히 PC방을 유망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주된 이유는 미국인 고객이 증가한다는 점.

 물론 한인이 운영한다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인 거주지역을 탈피할 수 없다는 업주도 있지만, 미국인 업소처럼 렌트비가 저렴하고 경쟁이 적은 외곽 지역에 새로운 개념의 PC방을 연다는 업주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넓은 지역에 포진한 미국인 업소는 평균 4달러선으로 한인 업소에 비해 사용료도 두 배 가량 높다.

 초기 인근 고등학교를 대상으로한 홍보가 효과를 거두며 많은 미국인 고객을 확보했다는 한 PC방 업주는 미국인 대상으로 새 PC방 오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학생들 사이에 PC방, 네트워크 게임의 인지도가 미미하지만 친구의 손에 끌려 PC방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밝게 점쳤다. 주말에 아이를 맡기는 장소로 PC방을 활용하는 부모나 가족단위 고객이 늘어나는 데 착안, 새 업소에는 초등학생 등 어린 손님을 위한 섹션을 따로 만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고.

 고등학교 주변을 노려야 한다는 것은 PC방 업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게임방에서 만난 미국 십대들은 PC 방을 찾는 이유로 싼 가격에 친구들과 한 두 시간 부담없이 떠들며 즐길 수 장소라는 점을 들었다. 집, 학교를 제외하면 딱히 모일만한 장소가 없는 이들에게 PC방은 자연스런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반면 1∼2년 사이 대학교 주변에 문을 연 PC방들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PC방이 번창한 점에 착안, 프레데릭스버그, 칼리지파크 대학 주변에 문을 연 PC방은 문을 닫거나 1년여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고객도 대부분 인근 지역 한인 등 일반 주민들로 개업 전 기대만큼 대학생들의 PC방 이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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