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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드레아 수도원의 한인 김세윤 수사]사막위 가톨릭의 심장

Los Angeles

2003.05.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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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동북쪽으로 75마일, 앤티롭밸리와 모하비사막을 지나 샌 게이브리얼산맥 기슭의 작은 오아시스에 봉쇄수도원인 베네딕도수도회 ‘성 안드레아수도원’(St. Andrew‘s Abbey)이 있다.(31001 N.Valyermo Rd.Valyermo, CA 93563).

사막위에 이 수도원이 세워진 것은 48년전, 중국에서 활동하던 베네딕도회의 벨지움 수도자들이 공산주의를 피해 이곳 북가주로 와서 설립하게 된 것.

현재 이 수도원에는 한인 김세윤수사(51)를 비롯해 26명의 다양한 국적을 지닌 수도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사람들은 봉쇄수도원이라고 하면 세상을 등진 사람들로 생각하는데 오히려 세상 가운데 사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이곳에서 매일 다섯차례 드리는 기도는 바로 세상을 위한 기도이기때문이지요.”

‘베네딕도수도회’는 5세기경에 이탈리아의 베네딕도가 ‘진실로 하느님을 찾고자’ 모든 것을 버리고 동굴에서 3년동안 은수생활을 한 후 세운 수도회로 1천5백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에도 왜관과 부산에 남성을 위한 수도원과 여성을 위한 수녀회가 있다.

김수사도 17살때(1969년) 왜관에 있는 베네딕도수도회에 입회, 10년후인 1979년에 첫 서원을 했다.

2001년 뉴톤의 베네딕도수도회가 미국인 청원자 부족으로 운영이 힘들게 되자 한국의 베네딕도수도회에 요청, 김수사를 비롯해 한국의 수도자들이 합류하게 됐고 김수사는 지난해 다시 이곳 ‘성 안드레아수도원’으로 오게 된 것. 이 수도원에서는 ‘제1호’ 한인 수도자인 셈이다.

김수사는 “‘봉쇄’라고 하면 사방에 철조망을 연상하는데 수도원에서 의미하는 ‘봉쇄’란 ‘수도하는데 필요한 외부접촉만을 하는 것’을 말한다”며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극진히 대접하는 것 또한 봉쇄수도원의 정신”이라며 ‘수도회의 기본 마음은 세상과 이웃에 항상 열린 마음상태’임을 강조했다.

“앞으로 2세,3세 한인들이 이 수도원에 많이 들어오길 희망한다”는 김수사는 이곳처럼 세상에 물러나 전통적인 ‘수도승’으로서의 규제와 공동생활을 하는 봉쇄수도원은 현재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곳의 수도자들을 일반 성직자들과 구분, ‘수도승’ 또는 ‘monk’라고 하며 간단히 ‘수사’로 칭한다고 설명했다.

베네딕도 수도회의 기본정신은 앞서 언급한 ‘봉쇄’와 함께 ‘침묵’. 그 이유는 “말은 이웃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수단인 한편 침묵은 우리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사랑의 근원’인 ‘그 분’을 만나는 또 다른 언어수단”이기 때문. 그래서 수도자들은 매일 끝기도를 마친 오후 8시45분부터 다음날 아침식사가 끝나는 오전 8시30분까지 ‘대침묵’에 들어간다. 즉 하루 중 절반은 침묵중에 머문다.

김수사는 “일상속에서 불필요한 말을 조금씩 절제해보면 예전보다 마음이 고요해짐을 쉽게 느낄 수 있다”며 현대인들의 마음이 불안한 것도 ‘침묵의 결핍’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봉쇄’와 ‘침묵’을 바탕으로 ‘규칙속에서의 공동생활’을 기본으로 한다. “공동생활은 수도자들에게는 필수적인 환경조건이지요. 예수님을 머리로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우리의 존재는 결코 혼자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지요.” 전체의 한부분으로서 자신을 받아들일 때 비로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수도원의 하루는 아침 5시40분 기상, 오후8시45분 끝기도까지 ‘공동전례기도’ ‘노동’ ‘개인 묵상’의 세부분이 균등하게 짜여져 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다섯차례 수도원 성당에서 드리는 ‘공동전례기도’와 매일 낮12시 미사.

‘성무일도’ 혹은 ‘하느님의 일’이라고 한다. “구약의 시편을 모두 그레고리성가로 부르는데 수도자라고해서 항상 아름다운 찬미만 나오지 않아요. 때로는 ‘한정된 봉쇄수도원’이란 울타리에서 겪는 ‘또하나의 세상살이’의 고달픔에 대해 하느님을 원망하며 눈물짓기도 하지요.”

기도와 함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노동. 창시자인 베네딕도성인은 동굴속에서 기도와 균형을 이루는 ‘세상에서 빵을 얻기위한 노동’이 하느님을 찾는데 도움이 됨을 깨달아 이 수도회는 생계를 위한 자체 노동을 필수로 한다.

이곳은 2천에이커에 달하는 수도원 인근의 사막을 일궈 만든 사과밭이 생계수단이다.

따라서 모든 수도자들이 낮에는 사과밭에서 일한다. 또 십자가 등을 만드는 세라믹 공장을 수도원내에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장수도자를 비롯해 모두가 설겆이부터 시작해 사과농장일까지를 함께 한다. 노동 역시 ‘수도생활’이기때문.

“매일 기도와 노동의 단조로운 반복속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는 작업이 바로 봉쇄수도원”이라는 김수사는 하루 중 70%를 기도와 찬미로 봉헌하는 이유를 예수님을 머리로 모두가 한 몸일 때 봉쇄수도자들을 ‘심장’부분으로 비유하기 때문이라는 것.

즉 하느님의 마음에 가까이 머물며 하느님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가졌기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성직자들은 ‘지구위’에서 일을 하고 봉쇄수도자들은 이들이 지구위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그 지구를 떠받치고 있다’고 비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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