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라이언:코드네임 셰도우’(Jack Ryan:Shadow Recruit)는 CIA 요원 잭 라이언(크리스 파인)의 활약을 그린다. 뉴욕 증권가 월스트리트에서 정체를 숨기고 경제 분석가로 활동하던 그는, 미국의 경제를 붕괴시킬 러시아 부호 빅터(케네스 브래너)의 계략을 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조력자 하퍼(케빈 코스트너)와 약혼자 캐시(키이라 나이틀리)의 안전까지 그의 손에 달렸다. 주인공의 이름과 기본 설정은 군사·첩보·스릴러 소설의 권위자인 작가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시리즈에서 따왔지만, 영화는 원작과는 크게 상관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완성됐다. 영화의 주인공 잭 라이언 역의 배우 크리스 파인을 최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만났다.
-처음 잭 라이언 캐릭터를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막 마쳤을 무렵이었는데,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기뻐 심장이 두근댈 정도였다. 아직 '스타트렉'의 에너지를 그대로 갖고 있던 때라 의욕도 넘쳐났다. 물론 부담은 더 컸다. '스타트렉'은 작품 자체의 명성에다, 감독의 이름값도 있다. 재커리 퀸토 같이 부담을 나눌 동료 배우들도 있었다. 하지만 '잭 라이언'이란 제목의 영화에서 바로 그 잭 라이언을 연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이전에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부담감을 없애려 애쓰기보단 그냥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대로 연기하자는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다."
-잭 라이언 캐릭터와 공통점이 있다면.
"내성적 측면과 외향적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 아닐까. 내성적으로 태어났는데, 환경과 필요에 의해 강하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가야만 했던 것도 비슷하다. 잭 라이언은 9·11 사건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금융회사에 다니다 교수로 노년을 맞았을 법한 인물이다. 하지만 테러와 전쟁을 겪고 특수 요원으로까지 활약하게 된다. 나 역시 연기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레드 카펫에 서서 대중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할리우드 인생을 살았을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난 여전히 평범하고 남에 눈에 띄지 않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반면 차이점이라면.
"나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체를 숨기는 일은 못 할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잭 라이언에게 '이 바보야, 그냥 CIA 요원이라고 밝혀버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바로 잭 라이언의 멋진 점이기도 하다. 자기 입으로 뱉은 약속은 끝까지 지키는 게 영웅답다. 이 세상의 권력자들이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케빈 코스트너와 연기한 소감은.
"내가 할 일은 그저 눈과 귀를 열고 있는 것뿐이었다. 케빈은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이라 그의 곁에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배울 게 많았다. 촬영 중간 중간 케빈이 직접 들려주는 '늑대와 춤을' 촬영 뒷이야기는 정말 황홀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케빈이 모든 스태프들 앞에서 소감을 말하며 나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줬는데, 그 순간의 벅찬 느낌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키이라 나이틀리와의 호흡도 좋아 보였다.
"나보다 어리지만 연기 경험은 훨씬 풍부한 배우다. 쓸데없는 장난 따윈 절대 치지 않고 늘 아주 진지하고 예의 바른 자세로 연기한다. 나보다 훨씬 프로답더라. 촬영장에 도착하면 공손하게 인사부터 하고, 엄청나게 집중해서 연기를 마친 후엔 다시 깍듯이 인사하고 홀연히 떠나버리곤 했다. 그래서 친해질 기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