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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김호길의 자연에서 꿈꾸며]허밍버드 이야기

벌새를 영어로는 ‘허밍버드’ (Humming Bird)라 한다. 꽃과 꽃 사이를 ‘붕붕’ 날개의 진동음을 내며 벌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서양인들은 ‘허밍 허밍’하고 들어서 ‘허밍버드’가 된 것 같다. 나는 이 맵시 좋은 날렵한 벌새를 통해 우리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우리들의 삶이 꼭 벌새를 닮지 않았나 싶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이야기지만 벌새가 어느 날 부리에 물을 물고 바삐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사자가 코웃음을 쳤다. “그것도 물이라고 물고 가다니.” 그러자 벌새가 대답했다. “누구나 자기 몫만큼, 그 분량만큼 일을 한단다.”

이른 아침 뜰로 나서자 벌새가 벌써 한창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슬 젖은 꽃송이에 주둥이를 박고 꿀을 빨고 있다. 초당 평균 날개짓을 50회 이상 하고 어떤 작은 종류의 벌새는 초당 1백회 이상 많게는 2백회까지 날개짓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날개짓 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프로펠러처럼 보이지 않는다.

허공 중에 가만히 멈춘 상태에서 날개짓을 하는 것을 ‘허버링’(Hovering)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적절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헬리콥터가 멈춘 상태에서 비행을 하는 것을 그렇게 부른다. 가장 작은 종류가 2.5센티미터이니 벌보다는 약간 큰 셈이다. 지구상에 벌새과에 약 3백20여종이 살고 있다. 그 작은 몸을 지탱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하루가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가게로 달려가서 계산대에 혼을 빼고 일하는 시간이란 벌새가 주둥이를 꽃 속에 박고 꿀을 따는 시간쯤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미 서부에 사는 벌새는 봄에는 서부 해안 가까이 와서 살고 겨울철에는 멕시코 중부 사막 고원지대로 옮겨가서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미 동부에 사는 루비목 벌새는 겨울에는 미 동북부에 와서 살고 겨울에는 멕시코 골프해 연안에 이주해 사는 철새라고 한다. 그러나 한곳에 까치처럼 계속 머물러 사는 토종도 있다고 한다. 먹이는 주로 꽃의 꿀을 빨지만 거미나 곤충을 잡아 먹는 잡식성이다.

벌새는 언제나 허공 중에 공중곡예 ‘허버링’을 하며 사는 것 같아도 가끔씩 가지에 앉아 명상을 즐기는 망중한을 보낼 때도 있다. 그 작은 몸집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모습을 보노라면 귀엽기도 하고, 금속 광택을 내는 그 자태와 다양한 색깔의 깃털이 아름답고 날렵한 몸매가 아주 매력적이다. 멕시코 바하 농장의 상록수 가지에 벌새가 두개의 알을 낳았다. 들락날락 분주하게 깃털과 보릿대와 마른 풀을 물고 다녔는데 바람 많은 가지의 중앙에 반원형의 둥지를 지어서 알을 낳고 품고 앉았다. 주로 그 일은 암놈이 한다. 그렇다고 숫놈이 찾아 오는 것도 보이지 않으니 아마 벌새 암컷이란 미혼모가 아닐까 싶다. 그 둥지를 짓는 기법이 그렇게 정교할 수가 없다. 어디서 그러한 건축술을 배웠는지 모를 일이다. 알을 품는 기간은 보통 2주 남짓. 부화한 후에 보통 한달간 새끼를 기른다.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가면 ‘끽끽’ 위험신호를 보내며 달아나는데 주변을 뱅뱅 돌며 울어댄다. 앙증스러운 새끼는 머리를 박고 숨는 몸짓을 하고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본다. 매일 진행과정을 유심히 살폈는데 어느 순간 새끼들을 데리고 떠나고 없고 휑하니 빈 둥지만 남아 있다.


‘허밍버드’ 벌새는 이른 아침부터 화살촉처럼 날아 다닌다. 벌 같은 작은 몸매 작은 목줄기 날렵하고 예쁜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 모금 꿀을 따러 꽃에서 꽃으로 울 안에서 울 밖으로 분주하게 날아 다닌다. 초당 50회에서 2백회까지 날개짓을 하다니 ‘허밍 허밍’ 너무 빨라 보이지 않는 날개짓 긴 부리를 꽃의 자궁에 처박아 놓고 다리는 아예 허공을 발판으로 삼았다. 아슬 아슬한 생존의 의미 산다는 일은 이렇게 숨가쁜 곡예라는 것처럼. -졸시 ‘벌새’


벌새가 일어나는 시간이면 우리들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의 미명을 헤치며 찬 공기를 맞으며 하루가 시작된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나날이라도 내일의 꿈이 있기에 벌새처럼 새벽을 열고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힘주어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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