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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서 '국가대표' 17년…스키점프 큰일 저지를게요

Los Angeles

2014.01.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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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 4인, 8년 만에 단체 출전
영화 흥행 후 밴쿠버 단체전 못 가
아직도 영양사·장비전문가 없어
영화 '국가대표'처럼 그들이 다시 날아오른다. 최흥철(33)·최서우(32)·김현기(31)·강칠구(30·이상 하이원)로 구성된 스키점프 대표팀이 소치 겨울올림픽을 향해 점프하고 있다. 8년 만에 단체전 재도전에 나서는 이들은 신이 났다.

지난 20일 국제스키연맹(FIS)이 발표한 올림픽 출전권 배분에서 최흥철과 김현기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 24일 추가 배분에서 예비 1, 2번에 있던 강칠구와 최서우가 명단에 포함됐고, 스키점프 대표팀 4명 모두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넷은 20년 넘게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다. 이들이 유망주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모인 게 초등학교 시절인 1993년이었다. 어른이 된 후 이들은 대한체육회에서 지원하는 훈련수당(연 360만원)을 받고 10년 넘게 버텼다.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했고,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들의 눈물 나는 도전기는 2009년 9월 김용화 감독의 영화 '국가대표'(관객 837만 명)를 통해 소개됐다.

영화 개봉 후 선수들에게 월급을 지급할 소속 팀이 생겼고,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릴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점프대가 완공됐다. 막노동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스키협회 예산 때문에 국제대회 출전도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도 정해진 시간 외에는 쓰지 못했다.

2012년 11월 독일 출신 볼프강 하트만(54) 코치 부임 후 훈련 프로그램은 개선됐지만 지원은 여전히 열악하다. 김현기는 "영양사가 식단을 짜지 않고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밥을 먹고 몸 관리를 한다. 장비 관리사가 따로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스키에 왁스칠을 일일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6년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에 나선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2010 밴쿠버 올림픽에 가지 못했던 강칠구는 "4년 전에 나 때문에 단체전에 못 나가 미안했다. 이번엔 큰일을 저지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넷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단체전에서 설상 종목 최고 성적인 8위에 올랐다. 최서우는 "스키점프를 하면서 가장 가슴 뜨거웠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뜨거운 소치의 겨울을 위해 이들은 비상을 꿈꾸고 있다.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흥철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서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이번에는 모두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수는 이규혁, 남자 주장 최흥철=소치 겨울올림픽 선수단 기수로 6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이규혁(36·서울시청)이 선정됐다. 스키점프 최흥철이 남자 주장, 컬링 신미성(36·경기도청)이 여자 주장을 맡았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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