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무비'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감독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1편의 성공에 이어'21 점프 스트리트'까지 흥행시키며 그 탁월한 아이디어와 코믹 타이밍을 인정받았다. '레고 무비'에서도 종잡을 수 없이 톡톡 튀는 둘만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한 단계 진화했다. 마치 어릴 적 레고를 가지고 놀던 동심으로 돌아간 두 사람이 꼭 그 시절처럼 '레고 무비'를 장난감 삼아 신나게 만들고 부수고를 반복하며 놀아 젖힌듯한 느낌이다.
- 아무런 밑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레고를 이용한 스토리를 창조해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밀러: 처음엔 독창적 이야기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너무 부담이 됐다. 그러다 사람들이 레고를 가지고 노는 방식이 극명하게 나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설명서 대로만 그대로 만드는 사람과 뭐가 될지 모르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보는 사람이 있지 않나. 설명서를 따라 만들면 근사한 완성품을 갖게 되지만 마음대로 만들다 보면 또 다른 길을 찾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는 점에 착안해 스토리를 발전시켰다."
- 작업 기간이 4년이나 걸렸다.
로드: 완성된 파이널 컷 말고도 2개 버전이 더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해 본 느낌이다. 훨씬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150분 길이의 버전도 만들었었다. 4년의 시간 동안 쓰고 고치고 덜어내고 줄이는 과정을 반복했다. 배우들의 애드립에 맞춰 없던 장면을 새로 만들어 넣기도 했다. 오랜 작업이었지만 지겹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레고가 원래 지극히 창의적인 놀이 아닌가.내가 사랑하는 레고를 소재로 서부시대 우주 대도시를 오가며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맘껏 꾸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작업이 지겨웠을 리가 없다. "
- 실제 레고로 만든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이 분간이 안 갈 만큼 훌륭한 조화를 이뤘는데.
밀러: 우리가 정확히 의도했던 바다. 어디까지가 실사고 어떤 게 CG인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절대 가르쳐주지 않을 거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도 실제 레고 블록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스톱 모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 CG로 레고 블록을 표현할 때도 일부러 지문이나 먼지 벗겨지고 긁힌 자국 색이 바랜 부분 등을 표현해 실사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 더빙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끝내준다.
로드: 크리스 프랫(에밋)과 엘리자베스 뱅크스(와일드스타일) 윌 아넷(배트맨)은 실제로 함께 모여 목소리 연기를 했다. 같이 어울려 노는 듯한 분위기에서 즉흥 연기까지 더해져 생생한 느낌이 살아났다. 결과물이 끝내주는 것도 그 덕분이다. 리암 니슨(배드캅.굿캅)과 윌 패럴(로드 프레지던트)은 각각 뉴욕과 LA에 있어서 한 자리에 모여 녹음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각각 전화로 서로의 대사를 쳐 주며 더빙하는 방식을 택했다. 녹음할 땐 조금 어색했지만 역시 두 사람의 호흡이 그대로 묻어나며 놀라운 목소리 연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