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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자연을 깎고 다듬으며 예술혼 달랬을 노구치

롱아일랜드시티 노구치뮤지엄을 찾아서

이사무 노구치(1904~1988)는 한 마디로 융합과 통섭의 조각가다.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동양과 서양 문화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태생 배경을 지닌데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 중국.남미.유럽의 예술을 두루 섭렵 작품 속에 녹아 냈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친의 나라 일본에서는 정원과 조명을 멕시코 여행을 통해서는 거대한 공공 조각건축물을 중국에서는 붓터치 기법을 이탈리아에서는 매끄러운 대리석을 이용한 조각기법을 터득했다.

그는 단순한 조각가가 아니다. 석고나 청동은 물론 나무와 돌.철.세라믹 등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한 조각.등.가구 등 생활과 밀접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고 건축과 정원디자인까지 영역을 넓혀나간 종합 설치미술가다. 아마도 20세기 설치 미술가 가운데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일 것이다.

컬럼비아대 의대에 재학 중 야간에 조각 수업을 들으면서 조각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노구치는 일본과 멕시코 유럽을 오가며 활동을 하다 맨해튼 그리니치빌리지에 둥지를 틀고 줄곧 뉴욕에서 활동을 했다. 뉴욕시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있는 노구치박물관은 그가 사용하던 작업실을 개조해 지난 1985년 오픈했다. 2만7000평방피트 규모의 2층 짜리 건물이다.

프랑스산 붉은 대리석과 스페인산 알리칸테 대리석으로 만든 '정오의 태양(Sun at Noon 1969)'은 그가 동양인의 피를 물려 받았음을 말해 주는 대표작이다. 태양과 우주 윤회를 상징하는 듯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동.서양 어느 한 쪽에도 머물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았을 그가 보낸 인고의 세월 돌을 깎듯 자신의 고독을 정으로 다듬고 다듬어 완성했을 지 모를 일이다.

현무암을 깎아 세우고 유리 같은 물이 흐르도록 만든 '워터스톤(Water Stone 1986)'은 견고한 돌과 유연함의 상징인 물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수작. 세상을 떠나기 불과 2년 전에 완성한 이 작품은 그가 얼마나 자연에서 평화와 위안을 찾고 싶어 했는 지를 알 수 있다. 단단한 돌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과 물 흐르는 소리는 순식간에 심산유곡의 산사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정중동 멈춤과 움직임을 하나로 묶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동.서양간 관점의 차이를 통합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 전통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철사와 닥종이로 만든 조명등 '아카리(Akari)'는 이제 일본식 조명등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나무.철 등으로 만든 가구 조각상 등 수많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노구치가 직접 꾸민 일본식 정원을 거닐어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황예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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