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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재롱 잘 떤다구요"

Los Angeles

2003.07.1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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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오(41·교사)씨 가족이 암코양이 ‘캐시’를 키운 지는 벌써 8년째. 8년 전 아는 사람이 새끼 고양이를 주길래 아무 생각없이 덥석 데려왔는데 집에 와보니 이가 득실거리더란다.

기겁을 하며 다시 데려다 주려는데 어린 딸이 울며 매달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기르게 되었다는 오씨. 그러나 현재 오씨는 고양이 예찬론자가 됐다.

“자기가 심심하거나 배가 고프면 와서 아양을 떨다가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버리는 걸 보면 영낙없는 고양이구나 싶지만 저는 개보다 고양이가 백배 좋아요. 깨끗하죠, 조용하죠, 개만큼이나 애교도 많고 재롱도 얼마나 잘 떤다구요”.



◇나는 이래서 고양이 엄마가 됐다

또 다른 고양이 예찬론자 윤성희(45·주부)씨. “개 키우다 고양이 키울 순 있지만 고양이 키우다 개는 못 키워요”라고 잘라 말한다.

어릴 때부터 애견가 집안이었다는 윤씨는 몇년 전 딸이 아메리칸 오렌지 마말레이드종 고양이인 ‘유리’를 얻어 오는 바람에 처음으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 그러다 한두 마리 더 얻어오고 자기들끼리 새끼를 낳고 하다보니 어느새 열 마리라는 대부대가 돼 버렸고, 윤씨는 졸지에 ‘대장 고양이’가 됐다.

“고양이는 눈빛이 무서워서 싫어했는데 막상 키워보니 개보다 더 예쁘더라구요. 열 마리를 한꺼번에 키워도 워낙 조용하고 깔끔하고 자기들끼리 잘 노니까 부담이 없어요.”

여러 마리를 키우다 보니 성격도 생김새도 천차만별. 안개꽃만 보면 따먹는 녀석, 옥수수 갉아먹기를 좋아하는 녀석,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면 꼭대기에 올라가 의기양양 앉아있는 녀석. 그뿐인가. 신바람이 나면 고양이 열 마리가 단체로 뜀박질을 하는 모습이란.

몇년 전 피치못할 사정으로 고양이들과 이별하고 말았다는 윤씨는 “며칠간 여행을 가느라 짐을 싸고 있는데 ‘유리’가 나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페르시안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는 ‘고양이 아빠’ 임정진(29·회사원)씨는 “고양이는 개와 달리 밥을 한꺼번에 줘도 알아서 자기 먹을 만큼만 먹는다”며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단연 고양이”라고 말한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엔 고양이가 제격

한국 사람들 중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인의 정서상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은 바쁜 라이프스타일과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로 고양이가 많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딩펫족(아이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는 커플로 맞벌이(Double Income)와 애완동물(Pet)를 합성한 신조어로)에게는 독립적이고 손이 덜 가는 고양이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애완견은 혼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산책도 시켜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지만, 활동반경이 좁고 야행성인 고양이는 낮에는 잠을 자거나 혼자 놀다가 식구들이 돌아오는 저녁 무렵부터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에 잘 맞는다는 것. 또 대소변 훈련을 따로 시켜야 하는 개에 비해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대소변을 가리고 항상 자기 몸과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그루밍이 필요없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다.

또 머리가 영리한 고양이는 엉뚱한 방법으로 주인을 웃겨 주기도 한다. 자존심이 강해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고양이만이 가진 매력.



◇고양이 선호하는 한인들 점차 늘어

‘웨스턴 애완동물’의 이정순씨에 의하면 아직 한국 손님들 중에는 개를 선호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최근 몇년 간 고양이를 찾는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라브레아에 있는 ‘펫조이 클럽’의 조이 김씨는 “이 지역 한인들 중에서는 고양이와 개를 찾는 사람이 반반씩”이라며 “바쁜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독립적이고 손이 덜 가는 고양이를 점점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가격은 개보다 저렴한 편. 흔히 볼 수 있는 잡종고양이는 20-30달러면 살 수 있다.

그러나 페르시안 고양이, 러시아 블루, 갸리코 등 인기품종은 5백-1천 달러까지 한다.

“개와 마찬가지로 한국 손님들은 고양이를 고를 때 혈통을 많이 따지죠. 반면 타인종들은 ‘쇼에 내보낼 것도 아닌데 순종일 필요가 있느냐’며 10년이고 20년이고 함께 살 가족의 일원을 맞는 마음으로 고양이를 고릅니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년쯤 되므로 품종보다는 성격을 살펴 가족처럼 키울 수 있는지 알아 보는게 가장 중요하지요.” 조이 김씨의 말이다.



글·사진=양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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