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부에나파크에 있는 작은 공방에 다섯 여자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흙냄새 폴폴 풍기는 작은 공간에서 그들이 하는 일은 도자기 빚기.
손으로 이리저리 주무르거나 물레를 돌려 물컹물컹한 흙으로부터 하나의 모양을 갖춘 작품을 쑤욱 뽑아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도예가 정선화씨가 운영하는 ‘녹색 도자기 공방’에서 화분, 꽃병, 접시 등 생활도자기를 만들며 흙이 주는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 있는 다섯 여자들. 이들이 말하는 ‘도자기 예찬론’을 들어보자.
▲김정은(32·LA) : 도자기에 빠진 이유요 임신을 했는데 도자기 빚기가 태교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죠. 그런데 지금은 도예 자체에 푹 빠졌어요. 지금은 임신 8개월째라 배가 불러서 물레를 못 돌리는데 하루빨리 물레를 돌려보는 게 꿈이예요.
▲신디 리(46) : 전 예전부터 그릇에 관심이 많았죠. 하루 세끼 밥 먹고 사는 만큼 밥 담아 먹는 그릇도 중요하잖아요. 도자기는 손으로 빚고 색칠하고 그림 그리고 모든 예술이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예요. 나이 들어서 하면 더 멋있는 취미구요. 노년에 집에 물레 하나 사다놓고 마당에서 그릇을 빚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요.
▲크리스틴 김(40·다우니) : 흙에는 철학이 있어요. 씨 뿌리고 노력한 만큼 열매를 맺게 해주는 게 흙이잖아요. 메마른 정서를 순화시키고 여유를 되찾게 해주죠. 흙을 주무르다 보면 정신집중도 되고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흙과 같이 섞이고 빚어지는 것 같아요.
▲정인영(LA) : 도자기를 배운 후론 선물에 돈 쓸 일이 전혀 없어요. 친구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서 작품을 만들죠. 흙으로 모양을 잡고 굽을 깎고 초벌구이를 하고 유약을 발라 또 굽고, 작품 하나 완성하는데 한달이나 걸리는데 이렇게 정성이 깃든 선물을 받으면 외국 친구들은 엄청 감동받아요.
▲김정은 :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가마가 열리는 순간이에요. 그동안 공들여 만든 도자기가 어떻게 나올까, 가마가 열릴 때면 꼭 내 자식 맞으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설레죠. 게다가 색깔까지 원하던 대로 나와 주면 그 감동은 말로 표현 못해요.
▲크리스틴 김 : 제일 재밌는 작업은 뭐니뭐니해도 물레작업이예요. 마치 흙과 나와 물레가 빙빙 돌면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죠. 물레를 처음 배울 땐 자다가도 천장에서 물레가 빙빙 도는 것 같다니까요.
▲정인영 :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았는데 흙을 만지면서부터는 일주일이 즐겁고 스트레스를 거의 못 느껴요. 특히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많이 받죠. 장시간 작업을 하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반찬 한두 가지씩 들고 와 같이 밥을 해먹는데 음식 한가지를 해도 무공해로 해오고 서로 챙겨주려고 애를 쓰죠. 흙을 만지는 사람들은 흙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정선화(40·강사) : 이 곳의 회원은 열 두명인데 오렌지 카운티는 물론 LA, 밸리, 토팽가캐년에서도 꼬박꼬박 오는 열성회원들이시죠. 생활도자기는 내가 만든 걸 직접 생활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흥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요즘은 어린이 도예공방도 열고 있는데 아이들이 도자기를 빚으면 창의력과 집중력이 좋아지고 정서도 풍부해져요. 또 연말에는 LA에서 생활도자기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니까 꼭 한번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