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몰고 산 정상에 오르는 전율 협업으로 즐겨 생각보다 안전 서스펜션만 업그레이드하면 어떤 4X4도 도전할 수 있어
산 정상에 차를 타고 간다는 것. 감도 없고 상상도 안 간다. 물론 포장도로가 나 있는 산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길도 없는 험준한 산. 바위 계곡을 넘고 물가를 건너서다. 하지만 상상이 안 된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남가주 한인 4x4 동호회(SOCAL COREA 4 WHEELERS)'와 함께라면 말이다.
16일 4X4 동호회의 2월 정기 출정에 합류했다. 장소는 LA한인타운에서 북동쪽으로 38마일 떨어진 아주사캐년 오프로드 파크(Azusa Canyon Offroad Park).
파크 입구에서 보니 이미 자동차들이 집결해 있다. 좀 덜 걸어보겠다는 생각에 밑에 차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도 되냐고 파크 레인저에게 물으니 "내려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네 차로 괜찮겠냐"고 되물었다. 차에 손상이 갈 수 있을 만큼 일반 도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사실 거친 오프로드만큼 취재하기도 험난했다. 차를 타고 달릴 때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춤을 췄고 대화가 아예 불가능할 만큼 덜컹거렸다. 처음 오면 다음날 몸살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물론 오프로드를 달릴 때의 그 짜릿함과 스릴은 몸살은 감수하기 충분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아무 차나 갈 수는 없다
아주사 오프로드 파크에 12대의 차가 집결했다. 겉모습만 봐도 범상치 않다. 영화에서 많이 본듯한 자동차들이다.
자동차만큼 차주들 역시 개성이 넘쳤고 동호회는 막내인 34세 최현석씨부터 최고령은 67세의 모리스 우씨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2월 정식 출범했지만 이전부터 각자 즐겨왔다.
2월 정기출정 장소인 아주사는 사실 오프로드 매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다. "아주사는 초보코스다. 초보자 회원들이 들어오면 함께 오겠지만 기존 회원들만 참석할 때는 오지는 않는 곳"이라고 영 김 동호회 회장이 설명했다.
1월 출정은 그 험난하다는 존슨밸리로 출정을 다녀왔으니 그럴만도 했다.
아주사는 150에이커에 바위와 모래 언덕과 바위, 진흙 등의 다양한 구간을 포함하고 있는 오프로드 파크다.
우선은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에 겁없이 김 회장의 차에 올라탔다. 개울을 지나 먼지를 헤치고 본격적인 파크 안으로 진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갑자기 커다란 바위 앞에 차를 세웠다. 주차를 하려나보다 하는 찰나 차가 '부르릉 부르릉~' 거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설마'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차는 바위를 타고 있었다. 평소 롤러코스터를 잘 타는 편이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입 밖으로 괴성이 흘러나왔다. 이미 차는 거의 수직으로 서 있었다.
이렇게 바위를 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타이어에 바람을 빼야한다. 김 회장은 "험한 곳을 탈 때는 5파운드까지 바람을 뺀다. 오늘은 15파운드까지만 뺐다"며 "그래야 바퀴가 헛돌지 않고 바위와 접착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상시 적정 공기압은 35(PSI) 정도다.
물론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 차나 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회장은 "서스펜션과 타이어만 바꿔도 어느 정도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참석했다는 한 회원은 1100달러에 서스펜션을 업그레이드했다. 물론 많은 돈을 투자하는 회원들도 있다. 최윤석씨의 경우 무려 2만4000달러를 들였다. 웬만한 차 한 대값이다.
사실 다니는 곳들이 험하다 보니 위험 요소가 없지 않다. 하지만 협업을 통하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은 45~80도 정도 바위 벽과 언덕 등의 코스를 훈련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른 회원들이 길을 봐주며 핸들 방향을 알려줬다.
◆남들이 못가는 길을 가는 게 매력
굳이 찾아가 그 험한 길을 운전하겠다는 데는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원이 공감하는 이유는 "남들이 못가는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태환씨는 "워낙 차를 좋아해서 스피드에도 빠져 봤다. 스피드는 순간 짜릿하지만 오프로드는 타는 내내 스릴과 재미가 있다"고 강조하자 옆에 있던 옆에 있던 최윤석씨도 "스피드 티켓을 떼일 염려도 없으니 얼마나 좋냐"며 거들었다.
미국만이 가진 거대한 오프로드 코스도 이들을 설레게 하는 데는 충분하다. 오씨는 "한국에서도 오프로드 코스를 가봤지만 미국은 차원이 다른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미전역에는 1~5시간 정도를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가 곳곳에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오프로드 스포츠에 빠질 수 있는 데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오씨의 경우 4살 된 아들 세종군과 항상 함께다.
오태환씨는 "출정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기다리며 '우리는 한 팀이다'며 따라 나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