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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은 놀이터…끼와 재능 맘껏 보여드릴게요"

Los Angeles

2014.02.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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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그로잉 업 피셔' 출연 한인 아역배우 랜스 임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신
여섯 번 오디션 후 당당히 배역 따내
23일 스페셜 프리미어 25일 첫 방송


물건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재목이다. 머지않아 할리우드를 대표할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로 자라날 기운이 솔솔 풍긴다. 이제 고작 열 세살이지만 그 끼와 여유만은 30년차 배우라고 해도 믿길 정도다.

2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NBC TV의 드라마 '그로잉 업 피셔(Growing Up Fisher)'에 깜짝 캐스팅된 한인 아역배우 랜스 임. 이전까지 연기 경력이라곤 단편이나 저예산 영화에 잠깐씩 얼굴을 비친 것 뿐이지만 이미 우리에겐 익숙한 이름 친숙한 얼굴이다. 2011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에 참가해 '진달래 꽃''거위의 꿈' 등을 불러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며 눈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랜스 임 군이 출연하게 된 '그로잉 업 피셔'는 NBC가 올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코미디 시리즈다. 25일 오후 9시30분으로 예정된 첫 정규 방송에 앞서 23일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중계가 끝난 직후인 오후 10시30분 부터 분위기 몰이용으로 특별 편성한 스페셜 프리미어를 내보낼 만큼 방송사 차원에서 전폭적 지지를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톱스타 제이슨 베이츠먼이 직접 제작하고 유명 배우 J.K 시몬스 제나 엘프먼 등이 출연해 벌써부터 기대감도 크다. 인기 코미디 작가 출신인 DJ 내시가 시각 장애인이자 변호사였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소재로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직접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도 일찌감치 화제가 된 바 있다.

극에서 랜스가 맡게 된 캐릭터는 피셔 패밀리의 아들인 헨리의 단짝친구 런옌 역이다. 프로그램 웹사이트에도 피셔 패밀리 4명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배역 소개가 돼 있을 만큼 그 의미와 비중이 큰 역할이기도 하다.

"피셔 패밀리가 겪게 되는 많은 일들 속에서 슬플때나 기쁠때나 늘 헨리와 함께 하는 형제같은 친구 역이에요. 헨리에게 여자 사귀는 법이나 옷 잘 입는 법도 알려주는 선생님같은 친구이기도 하죠. 실제 DJ 내시의 어릴적 친구 이름을 그대로 갖다 썼지만 극 중 설정은 한국인으로 나온답니다. 헨리가 집에 놀러오는 5회 에피소드 때는 런옌의 한국인 가족도 모두 등장할 예정이에요."

전 세계 시청자들이 감상할 드라마인만큼 배역을 따내는 과정도 치열하고 힘들었다.

"오디션을 여섯 번은 본 것 같아요. 처음엔 캐스팅 디렉터 4명 앞에서 연기를 했고 다음엔 작가님과 감독님 프로듀서까지 온 자리에서 2차 오디션을 봤어요. 그 후엔 방송사 사람들 앞에서 계속 오디션을 치렀죠. 연기 경험이 부족해 걱정하신 분들도 있었다던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절 믿어주셨어요. 다른 아역 배우들보다 런옌 역할과 잘 어울렸던 것도 같고요."

난생 처음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트와 수백명의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연기를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을만 하지만 랜스에게 촬영장은 올 때마다 신기하고 즐거운 일터일 뿐이다. 촬영을 하느라 학교도 못 가고 현장에서 홈스쿨링을 해야 하지만 "내가 결정하고 원해서 하는 일이니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여긴 제 놀이터예요. 올 때마다 매일 동료 배우 스태프들과 신나게 놀아요. 그런데 이제 좀 진정하고 프로페셔널해지려고 해요. 다들 저를 아이가 아닌 배우로 대해주시거든요. 그러니 저도 애처럼 굴지 말고 프로답게 일해야죠."

보기엔 나이보다도 어려보이는 체구와 얼굴이지만 말하고 생각하는 것 만큼은 놀라우리만치 어른스러운 게 랜스의 매력이다. 사우나를 좋아하고 이치현과 벗님들의 '짚시여인'을 흥얼댈 정도의 '애어른'이란게 어머니의 설명이다. 또 하나 LA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신기하리만치 완벽한 한국어까지 구사하는 것도 랜스의 특기로 꼽힌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한국 드라마도 자주 보고 가요도 많이 들어요. '수백향' '아랑사또전' '무사 백동수' '닥터 진' 같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어요. 가수는 이승철 이선희를 좋아해요. 컴퓨터로 만든 요즘 노래보다 뭔가 뜨겁게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있거든요."

가수를 꿈꾸며 '위대한 탄생'에 도전했었던 경력이 말해주 듯 랜스의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제대로 음악을 배워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제겐 노래나 연기나 마찬가지예요. 연기를 하면서 제 안에 담긴 것을 쏟아내 듯 노래로도 제 자신을 표현해내는 거죠.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좋은 기회에 음악으로도 저를 알리고 싶어요."

랜스 임의 TV데뷔작이 될 '그로잉 업 피셔'는 23일 스페셜 프리미어를 거쳐 25일부터 매주 화요일 NBC TV를 통해 미 전역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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