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박물관 섬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

미국 워싱턴 DC에 스미소니언 재단이 있다면, 독일 베를린에는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Stiftung Preußischer Kulturbesitz)’이 있다. 이 재단에 속한 국립미술관(박물관)은 모두 17개.

그 중 꼭 가볼 만한 장소로는 문화광장(Kulturforum)과 박물관 섬(Museumsinsel)이 있다.

박물관 섬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 위에 있는 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슈프레 강이 흐르는 삼각형 모양의 지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베를린 대성당 오른쪽에 위치한 박물관 섬에는 5개의 미술관이 밀집돼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1830년에 오픈한 구 박물관(Altes Museum)이다. 그다음이 1859년에 지어진 신 박물관(Neues Museum).

구 국립미술관(Altes Nationalgalerie)은 1876년부터 관람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1904년 문을 연 ‘카이저 프리드리히 박물관’은 1956년 보데 박물관(Bode Museum)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1930년 오픈하여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이 있다.

5개의 박물관은 한 곳에 모여 있지만 하루 만에 모두 방문하는 것은 무리다. 모두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수많은 보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3개의 박물관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 박물관은 말 그대로 오래된 건물에서 고전 고대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기원전 6세기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대리석 입상, 쿠로스(Kouros), 또 그리스의 조각가 폴리크레이토스(Polykleitos of Argos)가 기원전(BC) 430년께 조각한 부상당한 아마존 여전사(Wounded Amazon) 등이 있다. 아마존 여전사는 미켈란젤로와 로댕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던 고대조각이다.

기원전 320년께 만들어져 아테네의 무덤을 수호하던 장례 사자(Funerary Lion)와 파포실레누스를 연기한 배우(Actor as Papposilenus)의 대리석 상(100 AD), 다우노 시대(320 BC) 사람들이 사용하던 고급 용기(Daunian Luxury Vessel)가 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전 이집트 여인들이 즐겨 사용하던 목걸이와 귀걸이(Necklaces and Earrings), 200 BC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늙은 어부의 몸통(Torso of on Old Fisherman), AD 50년경 작품으로 추정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흉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그 외에도 구 박물관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유물들이 많이 있다.

신 박물관의 최고 전시품은 기원전 1340년경 작품으로 추정하는 네페르티티(Nefertiti Bust) 흉상 조각이다. 조용히 미소 짓는 표정으로 인해 ‘베를린의 모나리자’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푸른빛과 붉은빛이 감도는 색감은 놀랍도록 선명하고, 엷은 미소는 그대로 살아 있다. 네페르티티는 고대 이집트어로 ‘미인이 왔다’라는 뜻이다.

신 박물관의 또 다른 보물은 청동기 시대의 유물로 베를린의 금모자(Berliner Goldhut)가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아몬(Amon)신을 숭배하는 나스타센 왕(King Nastasen)과 그의 어머니의 석비(Stela), 약 746~332BC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주술이 적혀 있는 고대 이집트 석관이 있다.

‘오시리스 신을 숭배하는 세티 1세를 묘사한 기둥 조각’도 신 박물관이 자랑하는 보물이다. 세티 1세는 고대 이집트의 제19 왕조 제2대 파라오(기원전 1290~1279)였다. 그 외에도 신 박물관에는 미이라를 비롯한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이 많다.
프러시아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의 기마상이 있는 구 국립미술관은 독일 미술을 위한 신전이다.

이곳에는 율리우스 휘브너가 그린 조각가 ‘고트프리트 샤도의 초상화(1832년)’와 아돌프 멘첼이 자신의 발을 그린 ‘화가의 발(Der Fuß des Kunstlers, 1876년)’, 안젤름 포이어바흐의 자화상(Selbstbildnis, 1874년)이 있으며 막스 리베르만의 로렌(네델란드)에서의 공동작업(Flachsscheuer in Laren, 1887년), 빌헬름 겐츠의 ‘1869년,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황태자’, 프리츠 폰 우데의 ‘잔드보르트(네델란드)의 장기 가는 기계, 1883년’, 테오도어 힐데브란트의 ‘강도(Der Robber 1829년)’, 칼 프리드리히 레싱의 ‘기사의 성(Ritterburg 1828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헤르비히의 ‘화가의 가족, 1824년’, 에두아르트 마그누스의 ‘그리스 의용군 병사(Palikar)의 귀향, 1836년’, 필리프 바이트의 ‘종교(Die Religion, 1819년)’ 등 독일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 외에 폴 세잔, 마네, 르누아르, 폴 고갱, 모네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소장돼 있다.
3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앞으로도 페르가몬 박물관과 보데 박물관이 남아 있는데 베를린 섬의 5개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들은 정말 대단하다.
부족한 사진 실력과 글솜씨로 이 보물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행 기록을 잘 남기고자 하는 것이므로 여행기 쓰는 일에 온 정성을 쏟아 부을 것이다.
글, 사진=곽노은
blog.koreadaily.com/nounkwak/755088 (곽노은 블로그)

사진설명(11장)
P10101563: 고전 고대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구 박물관.
P10103391: 부상당한 아마존 여전사(Wounded Amazon by Polykleitos of Argos) 조각상.
P10103651: 다우노 시대(320 BC경) 장인이 섬세하게 만든 고급 용기(Daunian Luxury Vessel).
P10103731: 200 BC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늙은 어부의 조각상이다.
P10106728: 베를린의 금모자(Berliner Goldhut)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다.
P10107501: 신 박물관에는 미이라를 비롯한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이 많다.
P10104742: 아돌프 멘첼(독일 화가)의 자신의 발을 그린 ‘화가의 발’.
P10104541: 율리우스 휘브너(독일 화가)가 그린 고트프리트 샤도(독일 조각가)의 초상화.
P10104891: 막스 리베르만(독일 화가)의 ‘로렌(네델란드)에서의 공동작업’.
P10105901: 프리드리히 빌헬름 헤르비히(독일 화가)의 ‘화가의 가족’.
P10104171: 왼쪽이 신 박물관, 중간은 페르가몬 박물관, 오른쪽은 구 국립미술관이다.